고은 시인, 성추행 의혹 손해배상 패소… 최영미 "다신 피해자 없어야"

고은(86) 시인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허위제보·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이상윤)는 15일 고 시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원고 청구 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 시인이 제시한 증거는 최 시인의 진술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며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고, 이를 뒷받침할 최 시인의 일기도 증거로 제시돼 허위라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폭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원로 문인인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국민 관심 대상이 되므로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최 시인은 지난해 3월 한 신문사를 통해 "1994년 봄 고 시인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시인은 허위 내용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반박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박진성 시인의 제보 내용에 대해서는 고 시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 시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2008년 대학교 강연 뒤풀이 자리에서 동석한 여성을 고 시인이 성추행했다는 주장은 고 시인이 제출한 증거와 여러 정황을 볼 때 허위로 인정된다"며 고 시인이 요구한 청구액 1천만원을 모두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날 선고 이후 최 시인은 법정에서 나와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며 "진실을 은폐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 시인의 성추행은 지난 2017년 최 시인이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에 고 시인의 성추행을 묘사하면서 불거졌다. 

/손성배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