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들의 폭로로 불거진 학교내 교사 성폭력 문제, 소위 스쿨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지 1년이 다 되지만 정부와 교육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분노한 청소년 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지난 16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열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어디 갔습니까"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측에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스쿨미투 운동에 힘입어 교내 성폭력 실태가 드러난 학교만 지난해 70~80개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연말에서야 대책을 발표했다. 그마저 학교내 성폭력 표본조사, 양성평등 교육강화와 같은 겉핥기식 대책이 전부였다. 스쿨미투가 발생한 학교 중 학생 전수조사가 이루어진 학교는 극소수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교내 성폭력을 고발한 학생들은 학교와 경찰조사 등을 통해 2차 가해에 시달린 것은 물론, 해당 학교 학생 전체가 심각한 학습권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반면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은 지연되거나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렀다. 스쿨미투를 촉발시킨 용화여고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 교사 18명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15명은 교단에 복귀해 수업중이다. 교육부의 조사 결과 지난 5년간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600명의 교사 중 해임 처분을 받은 사람은 349명이다. 나머지 교사들은 징계 후 교단에 복귀한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14일 한 사립여고 현직교사 20명과 전직교사 3명 등 23명을 교내 성폭력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하지만 앞선 사례를 감안하면 교육청의 근절 의지가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이날 시위에서 청소년 및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교사와 예비교사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했다. 학교, 체육계 성폭력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성폭력 실태 확인 방식으로 하는 표본조사는 이미 무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학교문화 개혁을 위해 교사 및 예비교사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상시적인 교육도 당연하다. 교원징계권이 학교에 귀속된 사립학교의 성폭력 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사건은폐가 빈발하는 점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요구도 타당하다.

학생들이 학습권 피해는 물론 2차피해를 감수하면서 스쿨미투에 나서 시끄러워져야만 대응에 나서는 교육당국의 자세로는 학교 성폭력을 근절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