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도서관 '공채도전' 넘쳐
"학점 4.0 넘지만… 연거푸 실패"
대기업 채용계획 올 15%p 감소
'10명중 4명 공무원 준비' 설문도

18일 오후 아주대학교 도서관. 방학 중에도 빈자리 찾기가 어려웠다. 올해 상반기 열리는 공채 시장을 앞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학생들이 도서관을 꽉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학구열에도 이들에게선 희망찬 표정보다는 그늘진 모습을 찾기가 더 쉬웠다. '졸업=실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취업난에 희망을 포기한 지가 오래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오는 22일 졸업하는 아주대 4학년 김모(27)씨는 "이미 외국어 및 국가 자격증을 다 취득하고 학점도 4.0 넘는데, 야심차게 도전했던 지난해 대기업 공채에서 연거푸 실패해 자신감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수원중앙도서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학생들로 채워졌고, 대부분 토익과 공무원 시험 책을 보고 있었다.

전자계열 기업을 준비했던 한양대학교 공과 4학년 최모(25·여)씨는 공무원 시험으로 전향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공공기관 채용은 늘어 희망을 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씨는 "지난해 같은 과 친구도 공무원 시험으로 전향해 9급에 합격했다"며 "꿈보다는 현실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갈수록 악화되는 고용 시장에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기만 하고 있다. 5명 중 1명꼴로 사실상 취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통계청의 조사가 나온 실정에 경기 악화로 올해 기업의 채용까지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취업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국내 기업 628개사의 '2019년 정규직 채용 계획' 조사 결과 올해 신입이나 경력을 채용할 계획이 있는 대기업은 59.6%로 지난해 75%보다 무려 15%포인트 급감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응답도 각각 44.9%, 31.8%에 그쳤다.

문제는 매년 50만명의 대학 졸업자들이 쏟아지는데 지난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대학 졸업생들도 역대 최고치인 51만1천명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또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채용을 늘리면서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 2030 성인 남녀 10명 중 4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정도로 '공시족'만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양질의 인재가 기업에서 일해야 우리 경제와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며 "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인턴 등 일자리 사업은 단기적으로 취업자를 늘리는 일시적인 고용대책에 불과해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채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