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증권거래세 개편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당과 정부 사이에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명확히 서 있지 않은 데다 증권거래세 개편은 주식 양도소득세 개편이나 주식·채권·펀드의 손익을 한데 모아 과세하는 손익통합과세 등 문제와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위원장 최운열 의원)는 오는 22일 회의를 열고 증권거래세와 손익통합과세 개편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당장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증권거래세를 즉각 폐지할지, 단계적으로 인하할지, 양도소득세는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지, 손익통합과세를 도입할지 등 상당히 폭넓은 정책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운열 의원실 관계자도 "자본시장활성화특위가 이번 회의에서 큰 방향을 잡으면 정리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면 논의가 3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증권업계는 손익통합과세와 함께 투자자가 손실을 볼 경우 세액을 차감해주는 '손실이월공제'도 요구하고 있다.

특위가 큰 방향을 잡더라도 당 내부 논의 절차가 또 남아 있다.

특위가 당에 권고안을 제시하더라도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재논의를 거쳐야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 개편에 좀더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증권거래세 개편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세수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인 만큼 여당보다 강한 추진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증권거래세는 6조2천억원이 걷혀 전년보다 1조7천억원(38.4%) 늘었다.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당과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협의하거나 그런 상황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기재부 세제실장이 국회를 찾았을 때도 일부 의원들에게 증권거래세 개편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거래세 개편을 지지해온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논의가 길게 이어질 것 같다"며 "구체적인 안이 국회 논의와 토론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상 7월 말~8월 초에 발표되는 연례 세제 개편안에 증권거래세 개편안이 포함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증권거래세는 1963년 도입돼 1971년 한차례 폐지됐다가 1978년 재도입돼 지금까지 시행 중인 세금으로, 현재 세율은 0.3%(농어촌특별세 포함시) 수준이다.

거래세 개편 논의는 주식시장이 침체된 지난해 주식 거래로 손실을 본 투자자까지 증권거래세를 걷는 것은 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확산된데다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로 이중과세 문제도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증권거래세와 별도인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현재 주식보유액 15억원에서 내년 4월 10억원, 2021년 4월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최운열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내년부터 5년간 20%씩 단계적으로 인하해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 체계를 일원화하는 내용으로 작년말 증권거래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올해 1월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문제를 조속히 검토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언급,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여기에는 증권거래세 폐지가 증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