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헌, 동창과 제작 '팔굉일우비'
최초 발견된 이후 11년간 비공개
"친일 역사,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
6월 '독립운동 유품전'서 선보여

용인시가 지역의 부끄러운 친일 역사가 담긴 '팔굉일우(八紘一宇)비'를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한다.

전국이 3·1 운동 100주년을 기리는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용인시의 이 같은 선례가 각 지역에 숨겨진 '친일 잔재' 청산 움직임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20일 용인문화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처인구 양지면 양지초등학교의 인조잔디 조성 공사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친일파인 송병준의 선정비가 발굴됐다.

지난 1890년 경기도 양지 현감을 지낸 송병준은 이후 '정미칠적'에 포함될 정도로 반민족 친일행위를 일삼았고, 후대에 와서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는 등 이완용에 버금가는 친일파로 손꼽힌다.

'전 세계가 하나의 집'이라는 뜻으로,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는 구호인 팔굉일우가 새겨진 비석도 이날 함께 발견됐다. 이 비석은 송병준의 아들인 송종헌이 지난 1938년 동창들과 양지초등학교 개교 30주년을 기념해 제작, 기증한 것이다.

송종헌도 대한제국 말 친일에 앞장선 '일진회' 소속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후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친일파다.

용인 지역 친일 잔재인 팔굉일우비는 그러나 이듬해 총동문회가 용인문화원 측에 기증한 뒤 자취를 감췄다. 민족문제연구소 측 전시 요청으로 지난해 8월께 잠시 이관된 사례 등은 있어도 지역 차원의 공식적인 공개는 없었다.

이 때문에 시가 '부(負)의 유산'은 감추려고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부끄러운 역사도 반면교사 삼을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원래 있던 자리인 학교에 설치해 교육용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유권을 가진 용인문화원도 현재 지역의 친일 역사를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용인시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 중인 용인문화원은 우선 오는 6월 개최 예정 중인 '용인시민 소장 독립운동 유품전'에서 팔굉일우비를 함께 공개할 계획을 세웠다. 비석이 최초 발견된 이후 11년 만이다.

장기적으로는 용인지역의 역사를 주제로 한 '(가칭)역사박물관'을 건립해 이 곳에 상시전시할 방침이다. 현재 시는 해당 박물관 건립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용인문화원 관계자는 "용인시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 역사를 알리는 게 중요한 만큼, 친일 역사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팔굉일우비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승용·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