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안내판 통한 배움만 '겨우'
관련 수요 느는데 프로그램등 '미미'
도교육청 "학생주도 역사발굴 중점"
3·1운동 100주년을 맞았지만, 숫자에 취해 정작 100년 전 있었던 사건에 대해선 자세히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지역사 연구를 위한 인프라와 지원이 부족한 경기도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아주 간단한 지역사 교재조차 없는 경기도 현실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큰 단위의 역사에 매몰되지 말고, 작은 단위 역사부터 이해도를 높여야 역사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학교 형편따라 제각각, 지역마다 교재 연구 시급
= 화성의 화수초등학교는 우정·장안읍 만세운동의 절정을 꽃피운 곳이다. 1919년 4월, 당시 '화수리주재소'였던 이곳에 2천여 명의 민중이 만세시위를 벌였고 도망가던 일본 순사를 처단했다.
다행히 화성시가 세워 둔 학교 앞 기념비와 안내판 덕분에 학생들이 이곳이 유적지임은 알고 있지만, 수업과 연계된 교육은 쉽지 않다.
학교 관계자는 "수업 때 3·1운동 등이 나오면 기념비 앞에서 현장 수업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 지역을 기술한)교재가 없어 교육효과면에선 아쉽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의 보조교재로 도내 교육지원청마다 '우리 고장'을 발간하고 있지만 마을의 독립운동사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광명시만 올해부터 '우리고장'에 광명 온신초등학교의 3·1 운동사를 추가했는데, 광명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주민들이 온신초의 3·1운동을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민원이 많아 유관기관과 협의해 올해부터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온신초 관계자도 "그동안 기념탑 현장학습 등을 통해서 개략적인 교육만 해왔는데, 이번에 교재까지 발간돼 학생들의 자부심이 남다르다.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역사 교육에 대한 학교와 학생들의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는 '청소년역사교재 제작보급사업'으로 경기도의 인물과 문화유산, 사건 등을 다룬 지역사 교재를 만드는데, 사업 시행 3년 동안 80~120개 중학교가 신청했다.
센터 관계자는 "수업시간에 교재로 활용하기도 하고, 학교 사서가 역사 스터디를 운영하기도 한다"며 "학교의 수요가 많고, 호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센터 선임연구원도 "마을의 역사를 잘 가르쳐야 지역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애착심도 생긴다"며 "모래알처럼 흩어진 경기도에서는 더욱 지역사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면 단위마다 고장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교재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도 교육청, 학생 중심 역사 발굴나서
= 도 교육청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단발성 행사는 최대한 지양하고 학생 중심의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는 데 정책의 방점을 찍었다.
먼저 3·1운동과 관련된 학교 유적지를 계속해서 발굴 조사하고, 학생과 교사가 직접 지역의 독립운동사를 발굴한다.
문헌 조사,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구술조사 등 역사 연구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참여할 예정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중심의 지역 독립운동사 연구를 실시하고 1단계는 임정수립기념일에, 2단계는 광복절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도에 제안해 전문 구술사가 투입된 연구활동을 통해 경기도 독립운동사를 집대성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