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보도(2월 26, 27일)에 따르면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최근 핵심 소방장비인 공기호흡기 납품업체인 (주)산청의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위반혐의를 발견하고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기호흡기의 핵심부품인 밸브를 자체 생산해 장착하기로 설계 검사를 받은 뒤 생산단계에서는 외부 업체가 하청 생산한 미인증 밸브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이 밸브는 소방관들이 화재현장에서 사용하는 고압산소통의 핵심 안전부품이다. 이 밸브가 불량하면 고압산소가 유출될 수 있고, 소방관이 등에 멘 산소통은 순식간에 폭탄으로 변한다.

산청이 미인증 밸브를 사용해 제작한 공기호흡기는 2015년부터 4년간 전국 소방서에 22만4천900여개가 납품됐고 대금은 총 1천180억원 규모라고 한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보유한 8천948개의 공기호흡기도 모두 산청 제품이다. 한 두개의 불량 밸브가 화재현장에서 산소를 누출시켜도 현장의 소방관과 피구조자 모두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산청이 2023년까지 신기술이 적용된 HUD(전방표시장치) 공기호흡기의 납품 독점권을 확보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HUD는 소방관이 착용하는 호흡마스크에 산소와 배터리 잔량을 숫자로 표시해 소방관의 안전을 보호하는 장치다. 소방청은 HUD 공기호흡기 개발을 위해 산청과 협업을 했다. 그런데 국가연구개발사업예산이 투입된 이 연구에 산청의 2003년 구형 특허기술을 적용했다고 한다. 산청은 이에따라 국가예산으로 개발된 HUD 공기호흡기 납품독점권을 확보했다. 정부에 귀속돼야 할 지적재산권도 사라지고, 정부의 지적재산을 활용할 경쟁업체의 기회도 봉쇄됐다.

예산부족으로 소방대원들이 소방장갑을 자비로 구입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이후 정부는 노후 소방장비 교체에 전력을 기울였다. 담뱃값에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해 2015년부터 3년간 1조1천876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로 인한 소방장비 현대화와 보급률이 혁신적으로 개선되자 교부세 만료시한을 2020년까지 3년 연장했다.

소방관 안전에 치명적인 미인증 소방장비 납품과 과정이 석연치 않은 독점사업권 등 (주)산청의 의혹은 단기간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소방예산의 누수를 의심케한다. 소방장비관리법에 따라 소방장비의 표준확정, 인증, 구매, 관리의 최종책임을 진 소방청이 본연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감사원 감사 등 정부의 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