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60여년간 이어져 온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해 4월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DB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과제 중 하나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다. 1953년 7월 정전 협정 체결 뒤 60여 년 간 변화가 없는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할 기회가 마련된 만큼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가 안보 최상위 지침서로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한반도 평화 체제'를 "1953년 정전 협정을 통해 형성된 정전 체제를 대체하는 것으로 평화가 실질적이고 제도적으로 보장된 상태"로 규정했다. 남북이 적대 관계를 끝내고 공존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할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정부는 ▲비핵화 조치와 함께 종전 선언 추진 ▲남북 군사 긴장 완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 등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전쟁 정전 협정 이후 남북은 모두 4차례 평화 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지만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54년 4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된 '제네바 정치회의'가 첫 번째 시도였다. 남·북 대표단을 비롯해 19개 국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유엔 참전국 측은 통일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 단계로 총선거를 제안했지만, 소련이 '한반도의 모든 외국군 철수'를 주장하면서 같은 해 6월 15일 협상이 결렬됐다. 한국전쟁 후 동·서방 냉전이 심화된 상황에서 양측은 접점을 찾는 일에 실패했다.
노태우 정부는 1990년 9월 '제1차 남북 고위급 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했다.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회담이 3차례 더 진행됐고 1991년 12월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며 상호 불가침, 교류 협력 체제 속 점진적 통일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남북은 군사, 경제, 사회문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는 기구를 구성하고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에 합의했지만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남북 분단의 상징 판문점. /연합뉴스DB
북한의 NPT 탈퇴 선언으로 시작된 제1차 북핵 위기로 북미 협상이 시작됐고, 1994년 10월 북미 기본 합의(제네바 합의)로 위기가 봉합됐다. 제네바 합의로 북미는 핵동결, 경제원조 등을 약속하며 관계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다. 북한에 경수형 원자로를 제공할 목적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설립됐고, 한미 정상의 제안에 따라 1997~1999년 남·북·미·중 4자 회담이 열렸다. 4자 회담의 목적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이었다.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하는 노력으로 모두 6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평화 협정 당사자 논란', '주한미군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여 결렬됐다.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2003년 8월 남북한과 주변 4개국이 참가하는 6자 회담이 시작됐다. 6자 회담 참가국은 2015년 '9.19 공동 성명'을 발표해 '한반도 비핵화' 등 6개 항목에 합의했지만 2008년 말 북핵 문제가 또 불거지면서 중단됐고 그 이후 약 10년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는 중단돼 왔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대내외적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사상 첫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이번에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역대 평화 체제 구축 논의에서 미국 측은 '선 핵 폐기, 후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전략으로 접근해왔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단계별 접근'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북한의 관계 개선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미국은 한국과 공조하며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북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35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고 북미 관계 발전을 구체화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