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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천998t)가 광안대교와 충돌하기에 앞서 요트와 충돌하는 모습. 부산해양경찰서는 5일 브리핑을 열어 "씨그랜드호가 계류된 요트 3척과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원인은 음주 상태에서 판단 미숙으로 조타를 잘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발생한 러시아 화물선 부산 광안대교 충돌사고 원인은 음주 상태 판단·조종 미숙 때문이라는 해경 중간 수사결과가 나왔다.

부산해양경찰서는 5일 브리핑을 열어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천998t)가 계류된 요트 3척과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원인은 음주 상태에서 판단 미숙으로 조타를 잘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경 측은 "씨그랜드호가 요트를 충돌하고 현장을 이탈하면서 '저속 우현전타와 전·후진'을 반복했다면 광안대교를 들이받지 않았을 텐데 '고속 우현전타' 하면서 배 회전반경이 커져 광안대교와 충돌했다는 게 중간 수사결과"라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이런 결론은 수사팀 의견으로 전문가를 상대로 보강 수사를 하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이 이날 공개한 씨그랜드호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조타실 내 CCTV에는 충돌사고 직전까지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선장이 운항 지휘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선장 S씨는 "요트를 들이받았냐"는 해경 VTS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마라"고 선원들에게 지시한 뒤 "아무 문제 없다. 충돌한 적 없다"고 거짓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안대교 충돌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선장 말이 거짓일 개연성이 높은 진술도 나왔다.

배 출항을 도운 목격자는 "선박 출항 당시 선장을 10m 거리에서 봤는데 술을 마신 듯 얼굴이 분홍빛이었으며, 선원들에게 고성으로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해경이 사고 후 씨그랜드호에 대한 정선 명령을 내린 뒤 선장 S씨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였다.

선장 S씨는 사고 충격으로 코냑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해경이 위드마크 공식으로 확인한 결과 S씨는 이미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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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천998t) 충돌로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 하층 구조물이 가로 3m, 세로 3m 규모로 찢어진 모습. /연합뉴스=부산시설공단 제공

해경은 씨그랜드호가 부산항을 입출항할 때 예인선을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에 따라 업무상 과실(선박파괴), 업무상 과실치상, 해사안전법 위반(음주 운항) 혐의로 구속된 선장 S씨는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게 됐다.

이번 사고로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 하층 구조물이 가로 3m, 세로 3m 규모로 찢어졌다.

시는 3월 한 달간 정밀 안전진단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파손 부위 복구비용은 물론 광안대교 차량 진입 통제에 따른 시민 직·간접 피해까지 선사 측에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씨그랜드호에 대한 가압류도 검토하고 있다.

남해해경청 등에 따르면 씨그랜드호는 선주배상책임보험(P&I)에 가입돼 있다.

이 보험은 해상 사고 발생 시를 대비해 가입하는 것으로 사고당 최대한도는 2천500만달러로 한화로 약 275억원이다.

세부적인 보장 범위를 보면 선원 1인당 5만달러(한화 약 5천500만원), 화물손상은 200만달러(한화 약 22억원) 등이다. 특히 이번처럼 충돌사고는 100만달러(한화 약 11억원)다. 

부산해양수산청은 임시방편으로 4일 오후 6시부터 3개월간 1천t급 이상 선박의 용호부두 입항을 금지하고, 강제도선 구역을 확대하는 등 근본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5일 오후 부산시, 해경, 도선사회 등 해운항만 관련 단체 등이 참석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강제도선 구역 확대, 예·도선 면제규정 개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형종 기자 yang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