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 6만2천명 중 72% '외지인'
평일 낮 8만명 활동, 휴일 2만명뿐
퇴근 후에도 썰물처럼 빠져 '한산'
대다수 가게 문 닫거나 '개점휴업'
IT산업의 전진기지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거점으로 거듭난 판교테크노밸리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판교테크노밸리에 이곳을 품고 있는 지역인 '성남'은 없는 실정이다. 종사자 6만2천명 중 70% 이상은 성남시민이 아닌 데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총 매출액이 80조원에 달할 정도로 고공 행진하는 동안 성남지역 경제는 동반 성장하지 못한 채 주춤했다.
경인일보는 나 홀로 성장 중인 판교테크노밸리의 '그늘'을 짚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삼일절 연휴 중간인 지난 2일 오후 성남시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 상당수의 상가가 굳게 닫혀있었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문을 연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곳에선 휴일 없이 문을 여는 프랜차이즈 카페조차도 이곳에서는 불이 꺼져 있었다.
아예 '토·일 휴무'를 써 붙인 상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문을 연 상가들도 대부분 텅 비어있었다.
영업 중인 한 음식점에선 "주말에는 거의 사람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장사를 아예 하지 않는 가게들이 많다. 아마 휴일에 여기서 문 연 가게를 찾기 힘들 것"이라며 "직장인들이 퇴근한 후인 평일 밤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고 토로했다.
거리에도 적막감이 감돌았다. 오가는 사람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입주기업만 1천270곳, 근무하는 종사자만 6만2천명에 이르는 판교테크노밸리의 주말 풍경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 숲 속, 상가들이 몰려드는 손님에 빼곡하게 들어차는 것은 평일만의 이야기다.
매 주말 마다 이곳은 지난 2일의 모습처럼 '유령도시'로 변하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 72%는 성남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이들이 빠져나간 주말에는 '텅 빈' 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의 주중 낮 시간 활동인구는 8만명 규모지만, 직장인들이 퇴근한 이후인 평일 야간이나 휴일의 활동인구는 4분의1인 2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곳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굳이 이곳까지 오지 않고 집 주변에 머문다.
그렇다고 여기 근무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말에 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분당·판교신도시 도심이 아닌 여기까지 올 이유도 없기 때문에 주말마다 늘 이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순기·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