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집이 팔리려면 바닥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매수자들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일부 급급매 말고는 거래가 안되는 이유입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Y중개업소 대표)
"매수자가 사고 싶은 금액과 매도자가 팔겠다는 가격 격차가 너무 커서 거래가 힘들어요. 급매물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데 급매물도 아직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H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9·13대책이 발표 6개월을 맞은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봄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거래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9·13대책을 기점으로 매물이 증가하는 모습이지만 매수 의향이 있는 수요자들은 '급급매'를 제외하고는 "그 가격엔 안산다"며 돌아서는 것이다.
매도-매수자간 줄다리기 양샹이 길어지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 급매물만 간혹 거래 성사…매수자 "가격 더 떨어져야"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9·13대책이 발표 6개월로 접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을 시작해 17주 연속 떨어졌다.
월간 통계로는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간 0.89% 떨어졌다. 강남구가 2.92%, 송파구가 2.07% 하락하는 등 강남4구 아파트가 2.10% 내리며 약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시세보다 수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물이 등장하고 팔린 곳은 대부분 강남 재건축 등 투자수요가 많았던 곳뿐이다.
송파구 잠실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 1월 5건, 2월에는 6건이 팔렸는데 대부분 지난해 8월 고점 시세 대비 2억∼3억원 이상 낮게 거래된 것들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76.49㎡는 지난해 8월 말 시세가 최고 19억3천만원이었으나 작년 12월 17억∼17억2천만원으로 떨어졌고, 이달 초에는 작년 고점대비 3억1천만원 낮은 16억2천만원 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지난해 9월 최고 18억5천만원까지 팔렸으나 최근 고점대비 3억∼4억원 이상 싼 것들만 거래가 성사됐다.
이 주택형 1층은 최근 14억원에 거래됐고, 4층이 14억8천만원, 12층과 13층이 각각 15억∼15억4천500만원에 매매됐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주택형인데 17억원에 나와 있는 매물은 팔리지 않고 있다"며 "급매, 급급매만 조금씩 소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수직 상승했다 계단식 하락…매수자·매도자간 '눈치보기' 장세
그러나 일반 아파트 시장은 매수-매도자간 눈치보기 장세가 계속되며 호가 하락이 더딘 편이다.
투자수요가 대부분인 재건축과 달리 일반 아파트는 실수요도 많다보니 급매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가격 낙폭도 크지 않다.
서울 아파트값이 9·13대책 발표 이후 4개월간 0.98% 떨어졌다 해도 대책 발표 직전 4개월(2018.5∼9월)간 3.25%, 직전 1년간 9.18% 오른 것에 비하면 아직 하락폭이 미미한 것이다.
대기 매수자들이 최근 집값 하락 소식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매가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오를 때는 매물난과 함께 가격이 수직 상승하지만 내릴 때는 급격한 경제충격이 오지 않는 한 서서히 계단식 하락을 보인다"며 "매수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동구 옥수동의 래미안옥수리버젠의 경우 9·13 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1건도 팔리지 않다가 이달 들어서야 전용 59㎡가 9억6천만원에 한 건이 거래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작년 11월 최고 11억원에 팔렸던 것을 감안하면 1억4천만원가량 싼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옥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급매에 관심을 갖고 오는 사람은 있는데 팔 사람과 살 사람간 호가 격차가 커서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며 "집값이 어느 정도 바닥권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매수자들이 움직이고,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용산 한강로2가 한강로벽산메가트리움의 경우 11억5천만원에 급매가 나와 있지만 역시 팔리지 않고 있다. 작년 8월 고점(12억3천만원) 대비 8천만원 낮은 것이지만 매수자들은 이보다 더 싸야 사겠다는 것이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은 종종 나오는데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는 매수자들의 기대심리가 강해 거래가 안된다"며 "가격이 뛸 때는 몇 달 만에 3억∼4억원이 올랐는데 아직 급매도 8천만원밖에 내리지 않았으니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로 하락세를 지속하던 전세시장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최근 '반짝'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 하락폭이 일시적으로 둔화한 모습이다.
입주 3개월째에 접어든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급전세가 소화되며 인근 기존 아파트 전셋값도 하락세를 멈췄다.
가락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말 하순부터 싼 전세들이 많이 소진된 이후 최근들어 다시 전세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며 "전용 59㎡의 전셋값이 5억8천만원, 84㎡가 6억3천만원 수준인데 한동안 이 가격대에서 멈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강동구 등 서울시내 추가 입주물량도 대기 중이어서 전셋값 안정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헬리오시티 입주 시작과 동시에 적체됐던 전세물건이 신학기를 맞아 상당수 해소됐지만 전셋값은 오르지 않고 그대로"라며 "이달 개포동 블레스티지 입주도 시작됨에 따라 공급 물량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시가격 발표 '변수'…급매물 더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 공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가 매매시장에 단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최근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초 떨어진 금액보다 지난해 상승폭이 훨씬 커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4월말 공시가격이 확정 고시되기 전에 집을 팔거나 증여, 또는 임대사업등록 등 의사결정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2022년까지 보유세가 계속 오르는 구조여서 보유세 부담, 또는 차익 시현을 위해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양도세 중과 부담에 팔지 않고 버티던 다주택자 중에서도 일부는 매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매가 늘어도 거래가 급격하게 늘긴 어려울 전망이다. 규제지역내 대출 규제가 강력해 무주택자가 아닌 이상 돈 빌리기가 쉽지 않다.
올해부터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가 시행되고,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어 무리한 임대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이 힘들어진 만큼 앞으로도 주택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세보다 충분히 싼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매수자가 사고 싶은 금액과 매도자가 팔겠다는 가격 격차가 너무 커서 거래가 힘들어요. 급매물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는데 급매물도 아직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H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9·13대책이 발표 6개월을 맞은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봄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거래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9·13대책을 기점으로 매물이 증가하는 모습이지만 매수 의향이 있는 수요자들은 '급급매'를 제외하고는 "그 가격엔 안산다"며 돌아서는 것이다.
매도-매수자간 줄다리기 양샹이 길어지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 급매물만 간혹 거래 성사…매수자 "가격 더 떨어져야"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9·13대책이 발표 6개월로 접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을 시작해 17주 연속 떨어졌다.
월간 통계로는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간 0.89% 떨어졌다. 강남구가 2.92%, 송파구가 2.07% 하락하는 등 강남4구 아파트가 2.10% 내리며 약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시세보다 수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물이 등장하고 팔린 곳은 대부분 강남 재건축 등 투자수요가 많았던 곳뿐이다.
송파구 잠실의 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 1월 5건, 2월에는 6건이 팔렸는데 대부분 지난해 8월 고점 시세 대비 2억∼3억원 이상 낮게 거래된 것들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76.49㎡는 지난해 8월 말 시세가 최고 19억3천만원이었으나 작년 12월 17억∼17억2천만원으로 떨어졌고, 이달 초에는 작년 고점대비 3억1천만원 낮은 16억2천만원 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지난해 9월 최고 18억5천만원까지 팔렸으나 최근 고점대비 3억∼4억원 이상 싼 것들만 거래가 성사됐다.
이 주택형 1층은 최근 14억원에 거래됐고, 4층이 14억8천만원, 12층과 13층이 각각 15억∼15억4천500만원에 매매됐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같은 주택형인데 17억원에 나와 있는 매물은 팔리지 않고 있다"며 "급매, 급급매만 조금씩 소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수직 상승했다 계단식 하락…매수자·매도자간 '눈치보기' 장세
그러나 일반 아파트 시장은 매수-매도자간 눈치보기 장세가 계속되며 호가 하락이 더딘 편이다.
투자수요가 대부분인 재건축과 달리 일반 아파트는 실수요도 많다보니 급매물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가격 낙폭도 크지 않다.
서울 아파트값이 9·13대책 발표 이후 4개월간 0.98% 떨어졌다 해도 대책 발표 직전 4개월(2018.5∼9월)간 3.25%, 직전 1년간 9.18% 오른 것에 비하면 아직 하락폭이 미미한 것이다.
대기 매수자들이 최근 집값 하락 소식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매가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오를 때는 매물난과 함께 가격이 수직 상승하지만 내릴 때는 급격한 경제충격이 오지 않는 한 서서히 계단식 하락을 보인다"며 "매수자들이 가격 하락을 체감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동구 옥수동의 래미안옥수리버젠의 경우 9·13 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1건도 팔리지 않다가 이달 들어서야 전용 59㎡가 9억6천만원에 한 건이 거래됐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작년 11월 최고 11억원에 팔렸던 것을 감안하면 1억4천만원가량 싼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옥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급매에 관심을 갖고 오는 사람은 있는데 팔 사람과 살 사람간 호가 격차가 커서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며 "집값이 어느 정도 바닥권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매수자들이 움직이고,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용산 한강로2가 한강로벽산메가트리움의 경우 11억5천만원에 급매가 나와 있지만 역시 팔리지 않고 있다. 작년 8월 고점(12억3천만원) 대비 8천만원 낮은 것이지만 매수자들은 이보다 더 싸야 사겠다는 것이다.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물은 종종 나오는데 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는 매수자들의 기대심리가 강해 거래가 안된다"며 "가격이 뛸 때는 몇 달 만에 3억∼4억원이 올랐는데 아직 급매도 8천만원밖에 내리지 않았으니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로 하락세를 지속하던 전세시장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최근 '반짝'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 하락폭이 일시적으로 둔화한 모습이다.
입주 3개월째에 접어든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급전세가 소화되며 인근 기존 아파트 전셋값도 하락세를 멈췄다.
가락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말 하순부터 싼 전세들이 많이 소진된 이후 최근들어 다시 전세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며 "전용 59㎡의 전셋값이 5억8천만원, 84㎡가 6억3천만원 수준인데 한동안 이 가격대에서 멈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강동구 등 서울시내 추가 입주물량도 대기 중이어서 전셋값 안정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헬리오시티 입주 시작과 동시에 적체됐던 전세물건이 신학기를 맞아 상당수 해소됐지만 전셋값은 오르지 않고 그대로"라며 "이달 개포동 블레스티지 입주도 시작됨에 따라 공급 물량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시가격 발표 '변수'…급매물 더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 공백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가 매매시장에 단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최근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초 떨어진 금액보다 지난해 상승폭이 훨씬 커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4월말 공시가격이 확정 고시되기 전에 집을 팔거나 증여, 또는 임대사업등록 등 의사결정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내년에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2022년까지 보유세가 계속 오르는 구조여서 보유세 부담, 또는 차익 시현을 위해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양도세 중과 부담에 팔지 않고 버티던 다주택자 중에서도 일부는 매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매가 늘어도 거래가 급격하게 늘긴 어려울 전망이다. 규제지역내 대출 규제가 강력해 무주택자가 아닌 이상 돈 빌리기가 쉽지 않다.
올해부터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가 시행되고,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어 무리한 임대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이 힘들어진 만큼 앞으로도 주택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세보다 충분히 싼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