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은 인천에 본부를 두고 있는 대표적 국제기구 중의 하나다. 동아시아에서 대양주를 오가는 이동성 물새류 보전과 습지 등의 자연을 보호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2002년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의 발의로 구성됐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18개국 정부와 11개 국제NGO 등 모두 3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북한도 지난해 4월 이 국제기구에 정식 가입했다. EAAFP가 2009년 송도국제도시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인천시와 환경부의 공동 유치노력 덕분이었다. 현재 녹색기후기금(GCF)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이 입주해 있는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 사무국이 있다.

인천과 EAAFP는 지난해 3월 홍콩 출신의 루 영(Lew Young) 새 사무국장이 부임하면서 더욱 각별하고 돈독한 관계가 됐다. 생태학 박사이자 환경 전문가인 루 영 사무국장은 재임기간 동안 인천 습지 환경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람사르협약 사무국 본부 등에서 근무하면서 세계적 습지로 이름난 홍콩의 마이포 습지 보호에도 힘을 쏟았던 그는 인천이 철새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늘 강조해왔다. 지난해 이동성 물새 연구를 위해 북한에 다녀왔던 그는 인천이 서해안 습지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향후 북한 및 중국과의 교류 중심이 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 만큼 도시개발 계획에도 철새 및 서식지 보호를 위한 방안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주관 행사에 참석하던 중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향년 60세. 아까운 나이다. 동아시아 철새와 인천의 습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인천 자연환경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지대한 기여를 해온 인물인 만큼 그를 떠나보내는 지역사회의 아쉬움이 크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도식이 엊그제 베이징에서, 어제는 홍콩에서 잇따라 치러졌다. 인천시와 EAAFP도 오는 19일 송도국제도시 EAAFP 사무국에서 추도식을 거행한다. 또한 추도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그를 애도할 수 있도록 20일부터 사흘간 G타워에 있는 EAAFP 사무국장실을 개방하기로 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