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UN이 정한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최근 국회에서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본다.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계층이 마약류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UN이 정한 마약청정국 기준은 인구 10만명 당 연간 마약사범 20명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1만2천명이 한계인데 이미 2016년 1만4천214명을 기록하며 기준을 넘어섰다. 예전과 달리 국내에서도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30·40대를 중심으로 한 마약사범은 최근 10대와 60대에까지 넓게 퍼지고 있다.

마약사범은 일반 회사원을 비롯해 자영업자, 전문직, 공무원까지 다양하다. 예전과 달리 영화와 케이블TV 드라마 등에서 다뤄지는 범죄물에서도 마약사범들이 단골로 등장한다. 예전처럼 유흥업소 종사자나 하류층 범죄자들이 아닌 재벌 2세, 연예인, 교수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마약을 접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마치 상류층의 특권이나 부유층의 일상적인 유흥으로 다뤄지고 있을 정도다. 최근 파문이 일고 있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도 마약사범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일부라고 하지만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이 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더 큰 충격은 이런 일들을 단속해야 할 경찰까지 나서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마약 유입 창구로 인천이 지목됐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항공여행자를 상대로 적발한 마약은 2017년 15.325㎏에서 2018년 87.223㎏으로 5배 넘게 늘었다. 항공 특송화물에서 적발한 마약은 2017년 14.817㎏에서 75.066㎏, 국제우편은 28.296㎏에서 36.913㎏으로 증가했다. 공항에서 이뤄지는 마약검사는 전체의 1~2%만 직접검사하는 방식이어서 적발되지 않은 채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항을 통해 해외여행객이나 항공화물이 늘수록 마약류 국내 유입도 비례해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입국절차와 검색을 완화하고, 해외 특송화물의 검색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마약사범은 개인에 국한된 범죄가 아니라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마약은 '중독'이라는 특성 때문에 재범률이 높다. 국내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 중독 치료 등 4박자를 갖춰야만 그나마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