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도움… 내달중 문열어
"쉼터 거주인 취업 어려움 해소책"
작년 제주입국 400여명 내륙 이동
"시민 접촉 늘려 편견해소 기회로"


21일 유엔이 정한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2018년 봄, 내전을 피해 예멘인들이 제주도로 입국한 후 악화된 (난민에 대한) 차별 선동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될 시점"이라며 "한국 내 체류외국인이 인종차별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게 존중받을 권리가 당연하게 보장되는 사회로 곧 이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예멘난민 수백여명이 무사증 제도를 통해 제주도로 입국한 뒤, 난민신청을 하면서 촉발된 한국사회의 '난민 혐오' 문제는 지금까지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런 와중에 수원·오산지역에서 처음으로 난민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한국사회의 편견과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수원역 일대 문을 열 예정인 '예멘난민 케밥' 전문점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1~5월까지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은 모두 484명이다. 이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예멘인은 2명,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412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내륙 곳곳으로 거처를 옮겨 일자리를 구해 생활하고 있다.

이중 22명은 현재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기독교 비영리법인인 '한국디아코니아'가 운영 중인 오산지역 쉼터에서 일자리 알선과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이 단체의 대표인 홍주민 목사는 지난해 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서 예멘 난민들이 직접 만든 케밥을 판매하는 내용의 창업아이템으로 지원, 지난달 최종 선정됐다.

이들은 '예멘디아코니아' 라는 이름의 사회적기업으로 최대 5천만 원의 창업자금 등을 지원받게 된다. 이들은 현재 수원역 인근 부동산을 돌며 가게를 운영하기 좋은 부지를 찾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 목사는 이날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쉼터에서 생활하는 예멘 난민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며 "마침 예멘 난민 중 본국에서 요리사 생활을 했던 친구가 있어 수월한 점도 있었다"고 전했다.

홍 목사는 이어 "시민들이 난민과의 접촉을 늘려가며 혐오와 편견 등을 해소하는 장을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난민 등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에 차별 없이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