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22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상부의 지시'라는 입장만 전달한 채 일방적으로 철수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장 정부가 추진해온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 남북 협력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북미 협상 재개 방안 마련에 고심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도 시련을 겪게 됐다.
통일부는 북측이 이날 오전 9시 15분께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만 우리측에 간략하게 통보한 뒤 철수했다고 밝혔다.
상주하던 북측 인력 전원은 간단한 서류 정도만 챙긴 뒤 장비 등은 남겨둔 채 사무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14일 개성공단에 문을 연 공동연락사무소는 개소 189일 만에 위기에 직면했다.
연락사무소에는 그동안 북측 인력 15∼20명이 상주하며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우리측에서는 이날 직원 23명과 시설 지원 관계자 등 총 69명이 체류해 있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철수하면서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며 "실무적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북측의 철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측이 조속히 복귀해 남북 간 합의대로 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수 결정에 대해서는 굉장히 우리로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조속히 복귀해서 정상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우리 당국의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수 결정에 대해서는 굉장히 우리로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조속히 복귀해서 정상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우리 당국의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북측의 철수에도 우리측 인원들은 종전처럼 상주시킨다는 방침으로, 직원 9명과 지원 인력 16명을 포함해 25명이 이번 주말 개성에서 근무하게 된다.
천 차관은 "'저희 사무소는 계속해서 근무하겠다'라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며 "(남측 인원이) 오늘 입경하지만, 다시 월요일 출경해서 근무하는 데는 차질이 없기를 저희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연락사무소는 판문점선언 합의인 만큼 우리는 이를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라고 본다"며 "또 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북측에 언제든 돌아오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인력을 철수하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후속 대응 논의에 착수했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인력을 철수하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후속 대응 논의에 착수했다.
NSC 상임위는 북한이 연락사무소 인력 전원을 전격 철수한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이 사안이 남북 및 북미관계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주말인 23일과 24일 잇달아 차관 주재 점검 회의를 가질 계획으로, 이날 남측으로 귀환한 김창수 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은 오는 25일 다시 개성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사무소에서 북측 인원이 철수했지만 군 통신선 등 다른 남북간 채널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북측의 철수로 정상적인 운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남북관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면제 절차가 모두 끝나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 남북간 협력사업들의 차질이 점쳐진다.
천해성 차관은 "북측 인원들이 철수했기 때문에 이산가족의 화상상봉,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가 조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천해성 차관은 "북측 인원들이 철수했기 때문에 이산가족의 화상상봉,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가 조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에 따른 조치일 가능성이 커서 남쪽을 향한 추가적인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천 차관은 북측의 이번 철수 결정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연관됐느냐는 질문에 "하노이 회담 이후 상황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제가 굳이 연관 지어서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의 철수 통보는 이날 새벽 미국 정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해 제재를 하는 등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대북제재를 한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정부는 불법 환적 등을 한 의심을 받는 선박들을 무더기로 추가한 불법 해상거래에 대한 주의보를 갱신해 발령하기도 했다.
한편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천 차관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금요일 연락사무소에서 근무함으로써 주 1회 북측 소장 또는 소장대리와 정례 소장회의를 열었다.
한편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천 차관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금요일 연락사무소에서 근무함으로써 주 1회 북측 소장 또는 소장대리와 정례 소장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3월 들어 소장회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도 북측 전종수 소장이나 황충성·김광성 소장대리는 사무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동명이인인 임시 소장대리만 모습을 드러냈다.
천 차관은 "오늘뿐만 아니라 이번 주에도 근무하는 중에 어떤 분위기나 징후를 느낄 만한 특별한 특이동향은 없었다"며 "상황을 예단보다는 좀 더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