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해고자 개소식서 '피켓'
'집시법 위반' 출입 자체 막고 외면
민주노총 행사 불참 '관계개선 숙제'
道 "행사 진행후 의견 청취시간 가져"
지난 2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사업인 '경기도노동권익센터'가 문을 열면서 경기도가 노동 존중 사회로 나아가는 첫발을 내디뎠지만, 정작 당일 일터에서 받는 부당대우를 알리기 위해 개소식에 참석한 노동자들의 외침은 외면해 빈축을 샀다.
더욱이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이 "진정 노동자를 위한 기관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비판과 함께 이들과의 관계개선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지난해까지 남양주시 보육(대체)교사로 일하다가 해고된 32명 중 5명은 개소식 당일 행사가 열리는 경기도청 북부청사 별관을 찾았다.
자신들이 현재 겪고 있는 고용불안 해소와 처우개선 등의 필요성을 '피켓시위' 방식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무위로 돌아갔다. 행사 관계자들이 집시법 위반이라며 이들의 행사장 출입 자체를 막았기 때문이다.
이날 출입을 저지당했던 한 보육교사는 "원래 행사장에 출입하는 통로에서 피켓만 들고 있으려고 했다"며 "노동권익을 위한 센터 개소식에서 노동자들을 이렇게 대할 순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 이들의 계획만 놓고 보면 집시법상 신고의무가 있거나 제지 대상이 아니다.
다만, 행사 주최 측이 업무방해 등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조율을 통해 피켓시위 시간, 장소 등을 정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주최 측인 도의 의지에 달린 사안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이날 행사에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앞서 노정교섭 등으로 마찰을 빚던 양 기관의 관계가 여전히 소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관계자는 "센터 운영을 위한 토론회 등에 참석해 보니 이미 도가 정한 방침이 있고, 이에 따르라는 식이었다"며 "단순 들러리가 되는 것이라면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는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피켓을 든 교사들의 출입을 통제하긴 했으나, 행사가 모두 끝난 뒤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민주노총이 참석하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나, 앞으로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문을 연 노동권익센터는 의정부시 소재 경기도청 북부청사 별관 3층에 자리를 잡았다.
같은 건물 1층에선 상담실을 운영한다. 노동정책 연구·제안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과 노동자 대상 교육, 노동법률 상담·권리구제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