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의 여파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0일 정부는 2017년 11월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진도 5.4 지진의 원인에 대해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단층대를 활성화해서 본진(本震)이 촉발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문제의 지열발전소는 지하 4㎞이상 깊이에 구멍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한 후 지열로 데워진 수증기를 이용해서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국책연구 사업이다. 천혜의 지열자원으로 강소국이 된 북유럽의 아이슬란드가 모범사례이다.
포항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이 1천800명인데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경북 포항시 흥해 체육관에는 90세대, 200여명이 피난생활 중이다. 중앙안전대책본부는 지진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를 2만7천317건으로 집계했으며 한국은행은 피해액을 3천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부동산가격 하락과 정신적 피해를 포함하면 피해액수는 수조원이라 주장한다. 역대 규모의 소송전 조짐에 국내 법률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포항지진에 대한 자연발생설 또한 외면하기 어려워 쉽게 결론날 것 같지 않다.
포항지진의 불똥 우려는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2010년부터 추진해온 포항 영일만 일대의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실험에도 적색등이 켜진 것이다. 화석연료 등으로 대량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땅속 800~1천m에 저장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국가과제가 되면서 2010년에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등이 합동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그런데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린 포항지역 시민단체와 포항시가 CCS실증시설의 완전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화성시의 심부지열개발 사업도 중도 폐기될 개연성이 크다. 화성시는 2017년 11월에 남양읍의 시청사 앞에 지하 4~5㎞까지 뚫고 100도 이상의 지하수를 끌어올려 청사 냉난방에 이용하고자 국내의 한 업체와 협약을 맺고 지열에너지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포항 지열발전소와는 업태(業態)가 다르고 지하암반도 튼튼하나 포항지진 이후 공정률 40%에서 1년째 지지부진한데 이번 정부발표로 화성시민들의 반대가 더 비등해질 예정이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지구온난화 억제에 도움 되는 첨단사업이다. 모든 지하연구시설이 지진유발 시설인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 돌다리 두드리는 식의 추진을 당부한다.
[사설]화성시 지열발전 시범사업도 접어야 하나
입력 2019-03-24 20:17
수정 2019-03-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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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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