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긴 오후 10시부터 외부 근무
사설경비 장비 설치, 순찰 무의미
"사무실에 앉아 CCTV 보는 게 일"
"화재경보 강화하는게 효율" 지적
"사무실에 앉아 CCTV 보는 게 일이죠."
지난 25일 오후 10시 수원의 한 전통시장. 불 꺼진 상점 사이 자그마한 초소에서 등이 굽어 구부정한 자세의 노인 1명이 휴대용 전등을 들고 순찰에 나섰다.
자신을 70대라고 소개한 노인은 상가 골목을 전등을 비추며 이리저리 돌아보더니 이내 초소로 돌아왔다.
전통시장의 본 상가 건물은 입구에 자물쇠가 채워져 들어갈 수 없었고, 고작 할 수 있는 건 비닐커버가 씌워진 상가 좌판을 둘러보는 일뿐이었다.
경기도 화재안전요원으로 일하는 이모씨는 "세콤(SECOM)이 설치돼 있어 하는 일은 사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의 출근시간은 오후 10시, 퇴근은 오전 6시다. 오후 8시가 넘으면 상가 문을 잠가 놓기 때문에 사실 이씨는 점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하는 일이라곤 눈으로 주위를 훑으며 도보로 순찰하는 것밖에 없는 셈이다.
이씨가 일하는 시장 주위로 반경 200m 내에 5개 시장이 밀집해 있고, 시장상인회가 고용한 화재안전요원들이 시장마다 근무하고 있었다. 화재안전요원은 급여의 90%를 도와 시군이 지원하는 '공공 일자리'다.
다만, 이들의 채용을 맡은 지자체가 채용 전 과정을 시장상인회에 일임하면서 하나의 상권에 요원 여럿이 근무하는 중복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한 화재안전요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상인회장이 전화해 일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다. 별다른 공고 없이 채용은 말로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상인회가 채용을 진행하고 난 뒤 결과만 보고 받게 돼 있다. 선정과정이 어떻게 됐든 관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근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채용마저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경기도의회 바른미래당 김지나(비례)의원은 "연로한 노인분들이 화재안전요원으로 일하다 보니 실제 화재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차라리 화재 경보를 강화하는 편이 효율적일 텐데, 단기 공공일자리 생산에만 매몰돼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도 관계자는 "상인들이 장사에만 집중하다 보면 화재 위험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일자리보다 안전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신지영·김동필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