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중요한 문화재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2010년 지금은 사라진 화성 성곽내 5개 연못 중 하남지(下南池)와 북지(北池)를 복원키로 하고 해당 지역을 문화재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중 하남지 구역은 수년에 걸쳐 89억원을 투입해 2016년 건물과 토지보상을 완료했다. 국제적인 문화유산인 화성의 완전한 복원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하남지 복원사업은 여전히 부지 매입단계에 머물러 있다. 발굴조사를 위해 매입건물을 철거해야 하지만 이 곳에 입주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이주 대책을 이유로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신풍동 역사공원 조성과정에서 창작공간을 철거당한 문화예술인들이었다. 그런데 수원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시 자산인 하남지 문화재구역내 빈 건물을 이들에게 임대형식으로 내주었다. 이들은 '행궁마을커뮤니티아트센터(행궁동 레지던시)'를 자체 운영중이다.
행궁동 레지던시에 대한 수원시 행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기 힘들다. 우선 시민 예산으로 확보한 문화재구역은 성격상 복원예산이 마련되자마자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비워두어야 맞다. 두번째 문화예술에 대한 배려라 이해한다 해도 임대차 계약만은 엄정해야 하는데, 시는 임대료도 받지 않고 오히려 각종 공과금을 지원해주었다. 세번째 임대차 관계에 불과한 행궁동 레지던시 측에 대체공간을 마련해주겠다며, 이미 만료된 건물사용 시한을 연장해 주었다.
모든 행정은 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 문화예술 지원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행궁동 레지던시에 대한 수원시의 배려가 법적 근거를 갖춘 공식적인 문화행정인지 의심스럽다. 이정도 혜택은 문화예술계에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수원시의 공식적인 문화행정 사업으로 확정해 공모했으면 지원에 목말라 하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지원이 폭주했을 것이다.
"특정 작가들의 입김이 워낙 강하다 보니 시 행정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다"는 시 관계자의 전언이 예사롭지 않다.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턱 없이 열악한 문화예술 지원 예산에 절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족한 예산이나마 법적 근거에 따라 공정한 절차를 통해 가능한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판이다. 행궁동 레지던시에 대한 수원시의 특별한 배려는 행정의 원칙과 거리가 멀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배경과 원인을 밝혀야 한다.
[사설]수원시의 이상야릇한 문화행정
입력 2019-03-26 21:23
수정 2019-03-2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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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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