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내 폭력' 일반 형사사건과 달라
'사회병폐 결과물' 재판통한 해결 '부족'
유관기관과 협력 후견·복지적 기능 수행
"꼬인 실타래를 푸는 마음으로 가정과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박종택(54·사법연수원 22기) 수원가정법원 초대 법원장은 지난달 26일 출입기자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정과 미래의 사회를 이끌 주축인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전문 법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법원의 역할은 재판을 통한 사후적 해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전제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진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박 법원장은 "법원이 후견과 복지적 기능까지 수행해야 하는 사명이 커지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가정과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수원가정법원은 지난달 1일 수원 영통동 961의 16 옛 수원지법 가정별관 자리에서 정식 개원하고 업무를 개시했다. 이에 따라 수원 관할 구역 내에 있는 모든 가사사건과 청소년 관련 사건은 온전히 수원가정법원에서 담당하게 됐다.
기초지자체 최초로 수원고법이 문을 열면서 가정법원도 동시에 개원했다.
박 법원장은 "수원은 비록 광역시는 아니지만 관할이 경기남부 지역 19개 도시, 관할 인구 840만명으로 서울 다음으로 규모나 인구 수가 방대하다"며 "유독 수원에만 가정법원이 설립되지 않았다가 개원해 초대 법원장으로 취임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가정법원은 가정과 청소년 업무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전문 법원이다. 수원 관할 구역 내에 있는 모든 가사사건과 청소년 사건은 수원지법에서 담당하지 않고 온전히 수원가정법원에서 진행하게 된다.
가사 분야에서는 이혼을 중심으로 한 소송사건과 후견·입양·상속 등 비송사건, 개명 등 가족관계등록 업무 등을 담당한다. 청소년 분야에서는 소년법정에서 교화하고 선도하는 일을 담당한다.
박 법원장은 가사·청소년 사건은 일반 형사 사건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폭력, 학교폭력은 사랑과 믿음을 주고받는 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폭력이기 때문에 일반 폭력과 다르다"며 "그 결과가 재판상 이혼, 강제전학, 자퇴 등으로 가해자와 기존 공동체를 분리할 수밖에 없을 경우 가정법원은 가해자에 대해 엄격한 처분을 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가해자가 기존 공동체 내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을 경우 상담적 보호처분과 화해제도 등을 통해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 속에서 공동체가 사랑과 믿음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며 "그 역할을 가정법원이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 법원장은 직접 신발을 벗고 면접교섭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양육 부모에겐 비양육 부모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던 아이들도 이 면접교섭실에서 비양육 부모를 만나면 편안하게 그간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을 풀고 간다"며 "당장 함께 사는 부모가 무서워 아이들이 자기 속내를 숨기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법원장은 "핵가족화와 더불어 인간관계가 점차 단편화되면서 이혼 등 가정 해체 현상이 늘어나고 청소년들의 비행과 방황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가정과 청소년 문제는 우리 사회 병폐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법원도 잘잘못을 가리는 공간이 아니라 화해와 치유의 공간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지영·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