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부 흑인사회 저소득층을 위한 재생 프로젝트에 힘써온 래퍼 닙시 허슬(33)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괴한의 총격에 살해되자 LA 시내 사건 현장 주변에 팬과 지역주민이 촛불을 들고 모여들어 추모 물결을 이루고 있다.

1일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LA 시내 슬로슨 애버뉴에 있는 허슬의 옷가게 '마라톤 클로싱'에는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헬기가 상공을 선회하는 가운데 수백 명의 팬들이 밤늦게까지 모여 촛불을 켜고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사건 현장의 노란색 폴리스 라인 밖으로 팬들이 죽 늘어섰다. 일부는 허슬의 음악을 틀어놓고 생전 그의 활동을 추모했다. 한 소녀가 '립 닙시'라고 쓰인 허슬의 앨범 재킷을 들고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폴리스 라인 쪽으로 다가가 오열하는 팬의 모습도 보였다.

허슬은 전날 오후 3시 20분께 자신의 옷가게 앞에서 신원 미상의 괴한이 쏜 총탄 여러 발을 맞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LA경찰국(LAPD)은 "용의자가 흑인으로 추정되며 현재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LA타임스에 허슬을 살해한 용의자가 갱 조직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본명이 '어미아스 애스게덤'인 허슬은 LA 남부에서 태어나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활동해오다 지난해부터 명성을 얻어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랩 앨범' 부문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10대에 갱 조직 '크립스'에 몸담기도 했던 허슬은 래퍼 활동과 의류사업으로 번 돈을 LA 남부 흑인사회에 환원해 지역 공동체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갱 폭력에 희생된 주민의 장례식을 위해 자신의 주머니를 털기도 했다.

LA 시내 남부는 과거 부촌이었으나 부유층 주민들이 웨스트 할리우드나 북쪽 주택가로 이주하면서 저소득층 거주지역이 됐다. LA 메트로폴리탄 권역에서 총격 사건이 가장 빈발하는 곳으로 꼽힌다.

촛불을 들고 추모 행렬에 참여한 LA 남부 주민 글렌 테일러는 LA타임스에 "허슬은 우리 이웃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라면서 "갱 폭력을 이제 멈춰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주민은 "이곳은 전쟁터와도 같은 곳이었다"면서 "허슬은 이곳을 좀 더 나은 지역으로 바꾸려 했었는데"라며 애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