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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념사 도중 울음을 참고 있다. /연합뉴스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국가추념식으로 거행됐다.

'다시 기리는 4·3정신, 함께 그리는 세계 평화'를 주제로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이날 추념식에는 4·3 생존 희생자와 유족, 도민, 각계 인사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푸른 하늘 아래 평화공원 너머 한라산이 선명히 보일 정도로 맑은 날씨 속에 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추념식장을 찾아 자리를 채웠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4·3 추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추념사를 낭독하며 4·3 영령을 추모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5당 지도부,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도민을 위로했다.

이 총리는 이날 추념사에서 "제주도민은 4·3의 상처와 미움을 용서와 화해로 꽃피웠다"며 "제주의 용서와 화해는 감동과 교훈을 줬다. 우리 사회에서 과거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갈등을 치유하는 데 좋은 거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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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제주4·3 제71주년을 맞아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완성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민 여러분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4·3의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해 드리겠다"며 희생자 유해 발굴과 실종자 확인, 생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올해 추념식은 4·3 희생자들이 겪은 억압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사실상 무죄라는 의미의 '공소기각' 판결 내용을 형상화한 '벽을 넘어서' 제목의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높은 벽 뒤에는 생존 수형인들이 서 있었다. 수형인들은 벽을 넘어 자신들을 찾아온 이들의 흙투성이 얼굴을 닦아주고, 어깨를 두드려주며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 도올 김용옥이 미래를 향해 71주년의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를 담은 '제주평화선언'을 낭독했다. 그는 "제주의 젊음은 비극 속에서 성장하면서 비극의 모든 성과를 수확했다", "빨갱이는 설문대 할망이 만든 우주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배우 유아인과 전국 각지에서 온 대표 6명은 '71년의 다짐'을 발표했다.

소설 순이삼촌과 제주 수학여행으로 4·3에 대해 알게 됐다는 서울의 여고생, 전국민이 4·3을 우리 역사로 인식하는 그날까지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강원도의 교사, 민간인 학살을 온국민이 기억해달라고 호소하는 충북 노근리사건 유가족까지 4·3을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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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 대표들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에서 4·3평화재단관계자와 유족 등이 참석해 열린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국민의례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유아인, 도올 김용옥 선생,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연합뉴스

유아인씨는 "부끄럽게도 저도 4·3을 잘 몰랐지만,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젊은 세대가 4·3을 알아가고, 3세대 유족이 1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4·3 정신을 기억하는 내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추념식에 참석한 내빈을 대표해 이 총리가 유족 대표 등과 함께 헌화·분향했고, 제주 출신 소프라노 강혜명 씨와 청소년합창단이 애국가를 불렀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송승문 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했다.

이날 추념식에서는 8살 어린 나이에 4·3을 경험한 김연옥 할머니의 손녀 정향신(23) 씨가 3세대에 걸친 굴곡진 가족사를 낭송하며 추념식 참가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4·3 유족이자 후유장애인인 김 할머니는 4·3 당시 조부모, 부모, 형제를 모두 잃어 홀로 살아남았고 그후로 힘든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정씨는 "할머니는 가족이 땅도 아니고 바다에 던져져 없어져버렸다는 사실에 물고기는 멸치 하나조차 드시지 않았다고 한다"며 "멋쟁이인 우리 할머니가 그런 아픔 속에서 사셨는지 몰랐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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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에서 4·3평화재단관계자와 유족 등이 참석해 열린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있다. /연합뉴스

정씨는 "오늘 약속 하나만 해요. 앞으로는 울지 않고 매일매일 웃겠다고"라며 할머니를 위로했다. 김 할머니는 손녀의 말을 들으며 내내 눈물 흘렸고,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들도 눈물을 훔치며 위로와 격려를 담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이어 영화 '귀향'의 주인공인 재일교포 4세 배우 강하나와 백지웅(도남초 5학년) 어린이가 '고향의 봄', 가수 안치환과 연합합창단(4·3유족합창단, 제주도립합창단, 제라진어린이합창단 등) 250여명이 4·3의 아픔을 그린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합창하며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다.

본 행사에 앞서 오전 9시 불교·원불교·개신교·천주교 등 4개 종단이 종교의례를 진행했고, 식전행사로 진혼무와 합창 공연이 펼쳐졌다.

행사를 주관한 행정안전부와 제주도는 본행사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제주도 전역에 1분간 사이렌을 울려 행사 시작을 알리고 식에 참석하지 못한 도민들이 함께 4·3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이 위령제단에 헌화·분향하고 위패봉안관과 행방불명희생자 표석 등을 찾아 4·3 영령을 추모했다.

이 총리는 4·3 행방불명인 표석이 있는 묘역을 찾아 조형물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했다.

이번 추념식에서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130명을 4·3 희생자로 결정해 위패를 봉안했으며, 4천951명을 유족으로 결정해 예우했다.

정부는 4월 3일을 2014년 국가기념일인 '제주4·3 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국가의례로 추념식을 봉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