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40대 여성 환전업자를 살해했다가 현지 경찰에 붙잡힌 남성이 현지 교도소에서 받은 실형을 한국 사법부가 받아들였다.

18년 넘게 도주했던 공범은 옛 형법이 적용돼 징역 1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이창열)는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9)씨와 B(46)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지난 2000년 브라질로 출국해 B씨를 직원으로 두고 원단유통업을 하다 자금난에 시달리자 같은 사무실을 쓰던 환전업자 C(당시 47세·여)씨에게 "3만달러를 환전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속여 유인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이후 현지 경찰에 붙잡힌 A씨는 브라질 법원에서 2001년 2월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고 15년 9개월간 현지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가석방돼 한국으로 강제추방됐다.

브라질에서 집행된 형 중 14년 11월 27일을 한국 법원 선고형(징역 15년)에 산입하고, 판결 선고 전 미결구금일수 3일을 더해 선고 당일 석방됐다.

파라과이로 도망친 공범 B씨는 18년 이상 잠적해 있다가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있다가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혀 B씨에겐 옛 형법상 유기징역의 최고 상한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A씨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계획됐고, 주도 아래 실행됐다"며 "피고인들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중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가혹한 환경의 브라질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으므로 이를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고, 피고인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할 경우 둘 사이의 형 집행에 있어 A씨가 먼저 산 현지 교도소에서의 형 때문에 차이가 생기므로 검사도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을 구형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