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인상과 무관… 잘못 알려져
인력충원·장비도입 예산이 핵심
중앙 정부 지원 늘리면 해결될 일
"선진국 사례도 없어 자치권 침해"

강원도 지역 대형 산불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소방 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 논의가 면밀한 정책 분석이나 효율성에 대한 검토 없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여론몰이로 변질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 문제의 핵심은 지방직→국가직 전환이란 단순 논리가 아니라 중앙 정부와 지방 간 예산 배분 문제가 핵심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방직 공무원인 소방관들의 월급을 비롯한 인력충원·장비 도입 예산은 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된다.

하지만 각 시·도의 재정만으로는 이런 부분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정부로부터 소방교부세 등 예산 지원을 받아 소방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고질적인 재정난과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 부족 문제가 겹치고 장기화 되면서 결국 인력 충원과 장비 구입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소방관들은 처우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시작했다.

소방관들의 경우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월급을 받기 때문에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해도 급여가 오르지는 않는다.

결국 정부가 예산 지원을 대폭 늘린다면 소방관들은 지방직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이들의 숙원인 인력 충원과 장비 구입 문제 등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이들이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면 자치단체가 소방분야에 투입하던 예산을 모두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 돈을 차라리 지방정부에 지원하는 게 더 효율적이란 것이다.

인천지역의 한 소방관은 "인력 충원과 장비 구입 등 우리의 처우가 개선만 된다면 월급도 오르는 것이 아닌데 굳이 국가직 전환 필요성이 없다"며 "국가직 공무원만 되면 마치 우리의 신분이 상승되고 무조건 처우가 개선되는 것으로 국민들과 정치권이 잘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방 인력의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인 지방분권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크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 소방의 국가직화를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소방분야는 지방사무로 분류돼 있다.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이들은 계속 자치단체 화재 진압과 안전을 위해 일해야 한다.

인천시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행정안전부와 같은 국가 공무원이 대신 해 주게 되는 꼴이다. 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화재와 재난 대비 등에 어려움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대부분 선진국의 경우 소방분야를 국가직으로 두는 경우는 없다"며 "소방 공무원들의 국가직화는 명백한 자치권 침해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