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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재소장 등 헌법재판관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재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를 전면 금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 22주'를 일종의 한도로 제시했다.

이날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과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학계에 의하면 현시점에서 최선의 의료기술과 의료 인력이 뒷받침될 경우 태아는 임신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이렇게 독자적인 생존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훨씬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경우 임신 22주가 된 태아는 장기가 형성돼 인체의 구조를 갖춘 모습을 띤다. 임신한 여성들이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도 이 무렵이다.

다만 헌재가 '낙태 가능 기간'을 22주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충돌하는 낙태라는 상황에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무게를 둘 수 있는 시점의 '데드라인'으로 임신 22주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입법 과정을 통해 정해야 할 구체적 허용 기간과 관련해서는 헌재는 '전인적 결정'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내놓았다.

헌재는 "임신·출산·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며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지는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전인적 결정을 하고 실행할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낙태죄에 대해 단순위헌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의 경우, 임신 초기인 14주 무렵(제1삼분기)까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 스스로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세 재판관은 "이 시기를 지난 이후 이뤄지는 낙태는 수술방법이 더 복잡해지고 합병증·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 여성의 생명·건강 보호라는 공익이 더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