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701001695400081381.jpg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면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상고심 재판을 받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16일 자정 만료된 것에 따른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기결수로 전환된 상태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이 17일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한국당이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다. 당장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석방' 공론화에 나섰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오랫동안 구금된 전직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고, 몸도 아프시다.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점을 감안해 국민 바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 대통합을 운운하는데, 보수의 아이콘으로서 (박 전 대통령 문제에) 당이 가만히 있는 것은 정치적 도리가 아니다"라며 "내년 총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으니 당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경욱 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계속되는 수감 생활이 지나치게 가혹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 차원에서 조속한 시일 내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론이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최근 들어 더욱 강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지지층 결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당 지지율에 대한 자신감도 깔린 것으로 읽힌다.

탄핵 사태와 대선 패배 이후 바닥을 쳤던 지지율이 돌아오면서 탄핵 직후 금기어에 가까울 정도로 언급을 삼가며 박 전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섰던 당내 분위기도 돌아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석방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18 때 국민을 학살한 전두환 전 대통령도 2년 만에 사면됐는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며 "우리 당이 석방을 이야기하는 것은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가 이날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난 만큼 박 전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생겼다는 주장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김경수 지사는 보석으로 풀어주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는 몇십년을 구형한 채 보석이나 가석방을 해주지 않는 것을 국민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겠나"라며 "현 정부는 '친문(친문재인) 무죄, 반문(반문재인) 유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황 대표는 최근 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에게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이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지시했다.

최 의원은 통화에서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 재판의 원칙, 인권보호 등이 있다"며 "공천개입 사건 외 나머지 (국정농단 등) 사건에서 대부분 무죄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피고인의 이익을 고려해 석방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