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801001730700083421.jpg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홍지호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홍지호(69) 수원상공회의소 회장이자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전 대표가 구속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핵심 혐의인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SK케미칼 관계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는 첫 구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홍 전 대표의 구속으로 애경산업 안용찬(60) 전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주춤했던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밤 늦게 홍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전체적인 수사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2002년 SK가 애경산업과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이들 기업이 2011년까지 9년간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검찰은 홍 전 대표와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SK케미칼 전 직원인 한모, 조모, 이모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한 전 대표만 구속되고 나머지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임 부장판사는 "제품 개발·출시와 사업 인수 및 (제품) 재출시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관련자들의 진술 내역,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현재까지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른 2명의 구속 사유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SK케미칼은 1994년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유공으로부터 2000년 가습기 살균제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2002∼2011년에는 SK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필러물산에 제조를 의뢰해 납품받은 가습기 살균제를 애경산업이 받아 판매했다.

유공은 1994년 첫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이영순 교수팀에 의뢰해 흡입독성 실험을 했으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결과는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SK가 이 자료를 통해 인체 유해 가능성을 인지했으면서도 추가 실험 없이 제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로 박철(53) SK케미칼 부사장을 구속기소 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지난해 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한 지 4개월여 만에 필러물산(2명), 애경산업(3명), SK케미칼(1명) 전·현직 임원 등 6명을 기소했다. 이 중 4명은 구속기소 됐다.

홍 전 대표 구속으로 검찰이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손성배기자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