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실 기습방문 "회기중 허용안돼-관행 검토해 결정" 고성·몸싸움
위법공방속 文의장 저혈당쇼크 입원·임이자 "얼굴 만져" 성추행 비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에 '오신환 변수'가 정국을 강타했다.
여야 4당이 24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돌발 변수로 부상한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반대' 변수를 놓고 온종일 국회가 술렁였다.
오 의원이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의 첫 관문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입장을 밝히자,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오 의원을 사보임 시키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자유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해 '사보임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촉구하면서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바른정당의 반대파 의원들도 '사보임'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가지면서 정국 혼돈이 이어졌다.
# 한국당, 국회의장실 항의 방문 소동
= 한국당은 문 의장실을 기습 방문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바른미래당 오 의원의 사보임(사임과 보임의 준말·현재 맡고 있는 상임위를 그만두고 다른 상임위로 옮기는 것을 뜻함)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문 의장과 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았고, 한국당 의원들과 국회 직원들 간의 일부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허가하면 결국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장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문 의장은 "(이렇게)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후의 결정은 내가 할 것"이라면서 "국회 관행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답했다.
권성동 의원은 상임위원 사보임과 관련한 국회법을 거론하며 "의장이 규정을 지키려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의장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고, 이은재 의원도 "의장은 사퇴하라"고 가세했다.
# 사개특위 사보임 위법성 논란
= 이날 한국당의 의장실 항의방문은 바른미래당 원내 지도부의 오 의원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회법 48조 6항은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 회기는 내달 7일까지로, 법 규정대로라면 현재 오 의원의 사보임은 불가능하다.
다만 관례상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의 특정 상임위원 사보임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사유를 검토해 대부분 허가해 왔다고 국회 사무처 관계자가 설명했다.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 증세로 국회 의무실을 찾았고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는 의무진의 소견에 따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동해 입원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 의장이 항의 방문한 자당 소속 임이자 의원에게 두 손으로 양 볼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맞섰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송희경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임 의원이 '이러시면 성희롱'이라고 강력히 항의했으나, 문 의장은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하면서 다시 두 손으로 임 의원의 얼굴을 두 차례나 감싸고 어루만졌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을 고소·고발하기로 하면서 사보임 공방이 성추행 문제로 비화됐다.
한편 여야는 이날 사보임 공방을 벌이면서 하루 종일 난타전을 벌였다.
여야 4당은 일제히 논평을 통해 한국당의 의장실 항의방문에 대해 일제히 비난했고 한국당은 "국회가 국민을 섬길 수 있도록 의회민주주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문 의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사개특위 자당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정국은 더욱 격량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