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3001002744300133741.jpg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심상정 위원장이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극심한 대립 끝에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롯한 사법개혁법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 공조가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범여권이 20대 하반기 국회 입법 주도권을 거머쥐며 선거제 개혁과 문재인 정부 주요 개혁과제인 사법개혁 드라이브에도 본격적인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반대해 국회 점거까지 강행한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국회는 전면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새벽 전체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사법개혁특위도 전날인 29일 자정에 임박,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안건을 가결했다.

패스트트랙을 탈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 및 연동률 50% 적용, 선거권 연령 만 18세로 하향 등이 핵심이다.

공수처 설치법은 여야 4당 합의안과 바른미래당의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합의안은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수사에서만 공수처가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권은희 안(案)'은 공수처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할 기소심의위원회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간 자유한국당 반대에 바른미래당 내홍으로 패스트트랙 정족수(상임위 5분의3)을 채우지 못해 온 3당은 '권은희 안' 병행 지정이라는 바른미래당의 돌발 제안을 결국 수용, 교착된 패스트트랙 정국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의 개최에 반발해 회의장 앞을 일찌감치 막아서며 표결 저이에 나섰지만,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채 장소를 변경해 강행된 회의를 봉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이 과정에서 "헌법수호·좌파독재타도"를 외치며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지난 25일과 같은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최장 330일(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이 걸리는 일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되게 된다.

상임위별 안건 조정제도를 통해 90일, 국회의장 재량으로 본회의 부의 시간 60일을 줄이면 계산상으로 180일 만에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장기간의 논의 과정에서 선거제 개혁과 개혁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복잡한 셈법이 변수로 작용해 실제 입법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제 개정을 제1야당인 한국당 참여 없이 고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여야4당에는 부담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야4당이 일단 패스트트랙에 안건들을 태운 만큼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뒤 한국당과 결국 어떤 형태로든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여야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정개특위 종료 직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수십년을 기다려 온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을 완수한 역사적 날"이라며 자축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찬 대표는 "역사적으로 참 의미있는 날"이라며 "사법개혁법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시우는 아주 중요한 법이다. 선거법 문제는 한국당을 포함해 다른 당과 진지하게 논의해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여야4당을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당은 이미 패스트트랙 지정 움직임에 반발, 장내외 투쟁을 병행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범여권 4당의 패스트트랙 움직임은 좌파 집권연장 정치이자 좌파독재정치로, 그 배후는 청와대"라며 "패스트트랙 독재에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 온 국민과 맞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