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인천 상당수 '재량' 실시
공무원 부부 등 아이 맡길 곳 난감
'동반 휴일' 등 노동문화 개선 요구


5월 1일 근로자의 날 인천·경기지역 상당수 학교가 재량휴업을 하기로 하자 맞벌이 가정에 비상이 걸렸다.

학교는 쉬지만 부부가 모두 출근하는 가정은 자녀를 돌볼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인천에 사는 공무원 A(39)씨는 근로자의 날에 친정어머니에게 자녀를 맡기고 출근하기로 했다.

A씨는 "학교가 쉬니까 엄마도 같이 쉬면 안 되냐고 아이가 조르는데, 맡은 업무가 있어 휴가를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남편도 같은 공무원이어서 어쩔 수 없이 친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30일 인천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상당수 학교가 근로자의 날에 학교장 재량휴업을 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전체 초등학교 가운데 31개교(11.7%), 수원 38개교(38%), 고양 48개교(57%), 화성·오산지역 68개교(58.1%)가 휴업한다.

통상적으로 재량휴업 시기는 각 학교가 다음 해 교육과정을 계획하며 결정한다.

미리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도 거치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은 아이들을 맡길 방법이 없어 곤혹스럽다고 했다.

이번 재량휴업일에 일부 초등학교는 돌봄교실을 아예 운영하지 않거나 운영하더라도 시간을 단축해 오후 2시에 문을 닫기로 했다.

재량휴업을 하면 돌봄교실 급식도 쉬기 때문에 아이들 간식이나 도시락도 직접 준비해야 한다.

수원에 사는 맞벌이 중소기업 노동자 B(36)씨는 "돌봄교실이 딱히 내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부탁했다"며 "근로자의 날이라고 해도 휴가를 쓰기 어려운 처지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다"고 했다. 이 회사는 정상 근무를 한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재량휴업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학교장들이 재량휴업을 늘리는 추세"라며 "자녀를 둔 부모가 학교휴업일에 직장을 쉴 수 있는 제도 도입과 노동문화 개선 등 사회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이원근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