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출생신고가 안 돼 여권도 만들지 못해요. 이 정도면 동물을 대하는 것과 다를 게 있나요?"
작년 여름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청와대 앞 단식투쟁을 벌인 아나스 아흐마드 샤하다(29)씨는 3일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내 아들에게는 아무런 기록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집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샤하다씨는 3년 전 부인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바로 난민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무부에 이의신청한 뒤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16일 단식농성에 돌입한 샤하다씨는 급기야 폭염에 영양실조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처지가 됐다. 당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난민 문제 해결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자 28일 만에 단식을 풀었다.
전화기 너머로 샤하다씨의 한 살배기 아들 모타셈의 옹알이 소리가 들렸지만, 아빠의 목소리는 가라앉은 채였다.
샤하다씨는 "오는 5일이 한국의 어린이날이라고 들었다"라며 "내 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선물이 아닌 국적"이라고 말했다.
모타셈은 지난해 8월 샤하다씨가 단식할 당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생애 첫 어린이날을 맞는 셈이다.
그러나 모타셈은 법으로 보호받는 어린이가 아니다. 이집트인도 한국인도 아닌 상태에서 태어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보육 등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난민신청자 자녀들은 무국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는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서 출생을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정치적 이유로 박해를 피해 떠나온 이들에게 출신국 재외공관 방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센터 설명이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난민신청자 아동들은 의식주나 보육·건강 등 기본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인권단체 '아시아의 친구들'의 김대권 대표는 "한국에서는 공적인 제도로 난민 아동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정부가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복지의 빈틈을 오로지 민간의 후원으로만 채운다"고 지적했다.
샤하다씨 가족이 사는 인천시 연수구의 주택도 시민단체 등의 후원금으로 마련됐다.
김 대표는 이런 사정을 두고 "난민신청자 아동들에게는 굉장히 폭력적인 상황"이라면서 "(난민신청 관련)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몇 년간 아이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해 살 텐데 언제 추방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난민 지원단체들은 "정부가 해결할 수 없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라도 난민신청자 가정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는 "이들이 국민은 아니어도 주민으로 대우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지자체가 주민복지 차원에서 의료나 교육 등 기본적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다문화가정 지원센터' 등에서 지원 대상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난민신청자들도 지원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활동가도 "정부 지원에 한계가 있다면 지자체에 난민신청자 가정을 보호할 권한이나 책임을 부여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기도의회의 시도가 눈에 띈다. 도의회는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경기도에서 태어난 이주 아동의 출생 등록과 교육·의료 지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경기도의회 성준모 의원은 "현재 국내 법률에는 외국인 아동에 대한 지원 법률이 없다"며 "유엔 아동인권조약에 따라 외국인 아동들에게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는 게 좋겠다는 차원에서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난민 반대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 이같은 제도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단체는 조례 검토 발표에 "불법체류자 자녀는 물론 그 부모까지 불법 신분을 합법화해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성 의원은 "경기도 조례는 주로 등록된 외국인의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데도 난민 반대단체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유엔 아동인권조약의 지위를 인정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아동들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작년 여름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청와대 앞 단식투쟁을 벌인 아나스 아흐마드 샤하다(29)씨는 3일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내 아들에게는 아무런 기록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집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샤하다씨는 3년 전 부인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바로 난민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무부에 이의신청한 뒤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16일 단식농성에 돌입한 샤하다씨는 급기야 폭염에 영양실조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처지가 됐다. 당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난민 문제 해결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자 28일 만에 단식을 풀었다.
전화기 너머로 샤하다씨의 한 살배기 아들 모타셈의 옹알이 소리가 들렸지만, 아빠의 목소리는 가라앉은 채였다.
샤하다씨는 "오는 5일이 한국의 어린이날이라고 들었다"라며 "내 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선물이 아닌 국적"이라고 말했다.
모타셈은 지난해 8월 샤하다씨가 단식할 당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생애 첫 어린이날을 맞는 셈이다.
그러나 모타셈은 법으로 보호받는 어린이가 아니다. 이집트인도 한국인도 아닌 상태에서 태어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보육 등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난민신청자 자녀들은 무국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는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서 출생을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정치적 이유로 박해를 피해 떠나온 이들에게 출신국 재외공관 방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센터 설명이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난민신청자 아동들은 의식주나 보육·건강 등 기본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인권단체 '아시아의 친구들'의 김대권 대표는 "한국에서는 공적인 제도로 난민 아동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정부가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복지의 빈틈을 오로지 민간의 후원으로만 채운다"고 지적했다.
샤하다씨 가족이 사는 인천시 연수구의 주택도 시민단체 등의 후원금으로 마련됐다.
김 대표는 이런 사정을 두고 "난민신청자 아동들에게는 굉장히 폭력적인 상황"이라면서 "(난민신청 관련)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몇 년간 아이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해 살 텐데 언제 추방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난민 지원단체들은 "정부가 해결할 수 없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라도 난민신청자 가정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대표는 "이들이 국민은 아니어도 주민으로 대우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지자체가 주민복지 차원에서 의료나 교육 등 기본적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다문화가정 지원센터' 등에서 지원 대상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난민신청자들도 지원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활동가도 "정부 지원에 한계가 있다면 지자체에 난민신청자 가정을 보호할 권한이나 책임을 부여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기도의회의 시도가 눈에 띈다. 도의회는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경기도에서 태어난 이주 아동의 출생 등록과 교육·의료 지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경기도의회 성준모 의원은 "현재 국내 법률에는 외국인 아동에 대한 지원 법률이 없다"며 "유엔 아동인권조약에 따라 외국인 아동들에게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는 게 좋겠다는 차원에서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난민 반대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 이같은 제도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단체는 조례 검토 발표에 "불법체류자 자녀는 물론 그 부모까지 불법 신분을 합법화해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성 의원은 "경기도 조례는 주로 등록된 외국인의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데도 난민 반대단체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유엔 아동인권조약의 지위를 인정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아동들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