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각종 '게이트 정국'을 돌파할 해법을 구하기 위해 일정도 비워둔 채 고심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11일 일체의 공식일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주말인 12일과 13일에도 뚜렷한 공식일정은 잡혀있지 않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날 14일로 예정된 연두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데 전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연두회견의 핵심 내용으로 떠오른 각종 게이트의 수습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식 게이트로 갑자기 자리가 빈 부패방지위원장과 국정홍보처장의 후임 인선작업도 김 대통령 몫이다.
정·관계에서 이제는 청와대까지 압박하고 있는 '윤태식 게이트'에 대해 김 대통령은 당혹스러워 하면서 낙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그 어느때보다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태식 게이트는 공보수석을 지낸 박 전 국정홍보처장에 이어 김정길 전 정무수석과 김원길 보건복지장관 면담설 등 파문이 계속 커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야당인 한나라당과 자민련도 “김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죄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신광옥 전 민정수석에 이어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을 보좌했던 핵심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 여론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청와대 전직 수석까지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정면돌파할 묘안을 찾는데 고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내용도 확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회견의 핵심내용이 경제활성화와 월드컵 대회 성공에서 부정부패 척결로 바뀔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진승현·윤태식 게이트' 등 각종 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재천명하고 남은 임기동안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한 측근 인사들의 각종 게이트 연루와 관련, 국민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부정부패에 대한 성역없는 조사와 처벌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당연히 인사쇄신과 관련한 김 대통령의 입장도 나올 전망이다.
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이 부패척결에 대한 강도높은 의지를 천명하면 후속 조치로 사정 당국의 강도 높은 사정활동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