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파업 찬반 투표13
주 52시간제 도입과 준공영제전환 등에 따른 임금 조정문제를 놓고 사용자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노조원 1천여 명이 8일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오전 용인시 한 광역버스업체 사무실에서 노조원들이 '경기준공영제 시행노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일부 버스업체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인 경기도 버스업계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다음 달 더 큰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현재 경기지역에서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진행되는 버스업체는 준공영제에 참여한 광역버스 15개 업체 584대로, 도내 전체 시내버스 71개 업체 1만584대의 5.5%에 불과하다.

준공영제에 참여한 버스업체는 이미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하도록 '격일제'에서 '1일 2교대제'로 근무 형태가 바뀐 상태다. 그만큼 인력 충원의 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다.

그러나 다음 달에는 도내 전체 71개 업체 중 이미 교섭이 끝난 35개 업체를 제외한 36개 업체가 교섭을 해야 한다.

모두 준공영제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로, 준공영제 업체와 달리 인력 충원과 임금 갈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해 이해관계가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교섭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도내에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전체 시내버스의 61%인 6천500대에 달하는 만큼 교섭 결과에 따라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버스 대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 준공영제 15개 버스 노조 '파업 예고'…'서울 수준 임금 인상' 요구

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14개 시·군의 15개 광역버스 업체 노조가 이번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들 노조는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수원, 성남, 고양 등 대도시를 운행하는 6개 시의 1천561대 광역버스 등 경기지역 1만여 대 시내버스는 이번 파업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들 업체의 노조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인력 충원'과 '서울시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준공영제 참여 업체는 현재 원칙적으로 주 52시간 근로가 가능한 '1일 2교대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한 데다 인력 충원이 충분히 안 돼 부분적으로 주 52시간을 넘겨 근로가 이뤄졌다.

부족한 인력 문제는 '1일 2교대제'로 전환하며 어느 정도 충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큰 쟁점은 아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할 경기도 광역버스 업체의 주요 쟁점은 '임금 인상'이다.

노조 측은 서울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버스업체 측은 과도한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결국 노사 간 임금협상은 결렬됐다.

경기지역 버스 운전자의 월급은 310여만원 수준으로 서울 390여만원보다 80여만원 적다.

노사가 남은 조정 기간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경기도가 인상한 임금만큼 재정지원을 해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기지역 광역버스 업체 노조 관계자는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 달 월급이 260만∼27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며 "서울시 수준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에서 답변이 없는 상태로, 설사 회사 측이 받아들인다 해도 경기도가 그만큼 재정지원을 해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 52시간제 앞두고 내달 '산 넘어 산'…인력충원·노사갈등 동시 해결 어려움

경기지역 71개 시내버스 업체 중 36개 업체가 아직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다음 달부터 임금교섭에 들어간다.

여기에 300인 이상 버스 사업장은 주 52시간 시행에 맞춰 대규모 인력을 충원해 '격일제'에서 '1일 2교대제'로 전환해야 한다.

경기지역 300인 이상 사업장은 21개 업체로 전체 시내버스의 61%인 6천500대에 달한다.

이들 업체가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2천500명∼4천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추가 채용이 가능한 인원은 최대 1천명 선으로 경기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7월부터 도내 시내버스의 대규모 노선 폐지나 감차 운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주 52시간 시행에 따라 노사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버스 운전자는 월급의 30%를 차지하는 시간외수당을 덜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1인당 월 100만원 이상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나은 준공영제 참여 광역버스 업체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시내버스 업체 노조가 임금 감소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버스업체도 수익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해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크다.

임금을 현재의 수준으로 보전해주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버스업계의 노사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 경기도 "국고 지원해야" vs 국토부 "요금 인상해야"

버스업체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앞서 인건비 상승에 따른 해결방안으로 경기도에 버스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1천250∼2천400원인 현행 버스 요금을 300∼400원 인상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경기·인천·서울 수도권 환승할인제로 동일요금이 적용되고 있어 경기도만 요금을 인상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요금 인상분의 25%가량이 서울과 인천 버스업체에 돌아가 인상 효과가 반감되는 데다 경기도 주민만 비싼 요금을 내고 버스를 이용하게 돼 차별을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대신 경기도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도입되는 만큼 1천억∼2천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요금을 인상하지 않아도 버스업체 재정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 측은 "재정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경기도가 요금 인상을 미뤄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키(key)는 경기도가 쥐고 있다"며 "국토부는 시내버스 요금 조정 권한이 없어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지자체에 전세버스 동원, 택시 부제 해제 등 협조를 구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분권 교부세' 명목으로 2014년 법령 개정 전까지 버스 운송사업에 대한 국고를 지원한 바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 연간 500억원가량 국고 지원을 받았다"며 "정부의 정책 시행에 따라 야기된 문제인 만큼 정부 법령을 개정해 국고를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