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자'인 무순위 청약자들이 취소 또는 미계약 분양 아파트를 쓸어 담는 이른바 '줍줍(줍고 줍는다)족'이 활개(4월 16일자 12면 보도)치자, 정부가 청약 예비당첨자 수를 공급물량의 5배로 늘리기로 했다.

9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20일부터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청약아파트의 1·2순위 예비당첨자 수를 공급 물량의 500%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의 예비 당첨자의 수를 현행 80%에서 500%로 늘려 무순위 청약을 줄이겠다는 골자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제도를 강화했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높은 분양가로 오히려 올 초 진행된 분양 아파트에서 부적격자와 미계약자들이 속출했다.

결국 취소된 이 물량들은 무순위 청약을 신청한 유주택 현금부자들에게 돌아갔다.

신규 주택 청약은 1·2순위 신청자 가운데 가점 순 또는 추첨에 따라 당첨자와 예비당첨자를 선정하는데, 당첨자·예비당첨자가 모두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판정으로 취소될 경우 무순위 청약 방식으로 팔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도입된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보유·무주택 여부 등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보니 보통 현금을 대량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에 국토부는 예비당첨자 수가 늘어날 경우 부적격자와 미계약자가 나와도 예비당첨자들이 우선순위를 받기 때문에 무순위 청약으로 돌아가는 물량이 이전보다 감소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무순위청약제가 도입된 지난 2월 이후 투기과열지구 5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2대 1을 기록했다. 공급 물량의 약 5배 정도로 1·2순위에서 청약 수요가 있는 셈이다. 국토부도 이 통계를 참고해 500% 확대로 결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당첨자가 대폭 늘어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해도 실수요자인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의 계약 기회가 커져 계약률도 높아져 무순위 청약 물량이 최소화될 것"이라며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는 별도 법령 개정 없이 청약시스템 개선만으로 가능해 새 기준이 시스템에 반영될 수 있는 오는 20일부터 바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