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루이지애나 공장에 31억달러
SK, 조지아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삼성·LG전자 세탁기공장 조기가동
시장 교두보 확보·고율관세 등 회피
미국을 제품판매 시장으로만 봤던 국내 기업들이 이제는 직접 공장을 짓고 지분까지 인수하는 등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와 SK,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대규모 공장 설립을 계획하거나 이미 가동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찾아 나섰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계열사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연 100만t 생산이 가능한 초대형 설비를 갖추고 지난 9일 준공식을 열었다.
총 31억달러(약 3조6천억원)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지분의 88%를 쏟아부은 것으로 국내 단일 기업이 미국을 대상으로 한 역대 2번째 투자 규모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한국 대기업 총수 최초로 면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 공사에 들어갔다. 2021년까지 1단계, 2025년까지 2단계 개발을 통해 연 20GWh 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 총 50억달러를 투입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건립한 세탁기 등 가전 공장은 이미 가동에 들어갔다.
한화큐셀코리아도 태양광모듈 생산공장을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GS그룹 계열사인 GS EPS는 국내 민간 발전회사 최초로 미국 전력시장에 진출했다.
이 같은 대미 투자는 시장 교두보 확보의 목적도 있지만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공장이 조기 가동한 것도 미국이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세탁기에 고율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정부의 직접 타깃은 아니라고 해도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에 따른 유탄을 피하려면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시장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기업의 경우 투자 확대 결정이 필요한 시기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 에틸렌 공장 준공과 관련해 "미국민을 위한 일자리 수천 개를 만들었다"며 "한국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