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목할만한 청원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청원 제목이 '건설노조에 끌려가는 대한민국 건설시장, 국민들은 아시나요?'였다. 한 전문건설업체가 올린 청원에 건설업계 종사자들과 건설단체들이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해당 청원은 5만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지만 정부답변 기준인 20만명에 못미쳐 지난 4월 마감됐다. 하지만 건설노조에 장악된 건설업체의 고충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당시 청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건설현장의 노조 횡포가 민주사회의 법치기준과 경제상식을 한참 넘어선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우선 신규 건설현장은 9개 노조의 조합원 고용경쟁의 이전투구장이다. 조직이 가장 큰 노조간의 경쟁으로 건설업체는 고용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노조들은 고용요구와 근로조건을 스스로 결정하며 건설현장을 완전히 장악한다. 건설업체가 말을 안들으면 공사현장을 봉쇄하고 근로자를 불법 검문한다. 확성기 시위를 통해 주변 민원을 발생시켜 건설업체를 압박하는 건 일상이 됐다. 결정적으로 건설업체와 주민들이 시위 피해를 호소해도 경찰을 뒷짐만 진다. 청원은 이같은 건설현장의 실태를 전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호소했다. 청원이 여론의 지지를 얻자 관계부처가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겠다고 나섰지만, 주목할 만한 대책은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서부경찰서가 지난 16일 올 2월부터 3월까지 수원지역 건설현장을 돌며 집회를 열고 고용을 압박해 온 건설노조 조합원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업무방해와 공갈미수 혐의다. 이들 또한 장송곡 시위로 민원을 유발해 건설업체를 압박했다. 민원인 일부는 소음시위로 두통과 이명이 생겼다는 진단서를 제출했고, 일부 건설업체는 시달리다 못해 노조원을 고용하거나 노조전임비 지불 계약서를 작성해 줬다고 한다.

수원서부경찰서의 건설노조원 검찰 송치는 지금까지의 관용적 태도와 달리 매우 단호한 조치다. 하지만 불법을 처벌하는 일에 예외란 없다. 수원서부서의 엄단 조치가 건설현장에 횡행하는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사법처리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

권력이 커지면 책임도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기업의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막기위한 투쟁의 역사로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런 역사를 생각하면 건설기업을 갈취하는 현장의 불법행태에 스스로 자성과 자정의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