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품을 구성하는 원자재의 80%가 콩고에서 나오고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대다수도 아프리카서 재배하죠. 실생활 속에서 아프리카와의 연결고리가 많아지고 있어요. 1차원적인 후원·기부보다 아프리카에 대한 일상적인 관심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해요"
청년 자원봉사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외교부 청년 인턴을 거쳐 비정부기구(NGO) 리더로 성장한 '아프리카 인사이트' 허성용(36) 대표가 꿈꾸는 아프리카와의 '관계 맺기'는 조금 특별하다.
그는 22일 성동구에 있는 아프리카 인사이트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빈곤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 긴급 구호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아프리카와의 교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자립을 고민하지 않는 단편적이고 물질적인 지원은 아프리카의 진정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허 대표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호기심이 발동해 국내 한 NGO의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을 통해 탄자니아에서 1년간 생활했다.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으며 '이런 방식이 정말로 아프리카 대륙에 도움이 될까' 생각했다고 한다.
"일정 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니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더라고요. 국내 후원자들이 모아서 보내준 수천 달러의 소중한 후원금을 도난당하기도 하고 건축자재도 없어지고요. 현지인을 범죄자처럼 보고 이들에게 사업을 빨리 마쳐야 한다며 화를 내는 한국인 스태프의 모습을 보며 '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 기간이 끝났지만 허 대표는 바로 귀국하지 않고 6개월간 케냐 등 탄자니아 주변국 3∼4곳을 여행하며 아프리카 대륙을 탐색했다. '이들을 더 잘 도와줄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여행 기간 내내 다양한 국제기구에 연락해 인턴십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어요. 단 한 곳, 유엔 해비타트(UN Havitat, 유엔 인간정주위원회)에서 연락이 왔죠. 당시 유엔 해비타트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는 급속한 도시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도시 청년의 열악한 주거환경, 범죄 노출에 대한 걱정이 컸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자니아에 '원스톱 유스센터'(One-stop Youth Center)를 건립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인턴을 해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3개월간 탄자니아 마을 공동체 청년회장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허 대표는 외교부(당시 외교통상부) 행정 인턴, 코이카 세네갈 국제협력요원 등의 활동을 마치고 2013년 아프리카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함께 '아프리카 인사이트'를 설립했다.
허 대표는 아프리카 인사이트라는 단체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을 바탕으로 하는 '빈곤 포르노'에서 탈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가 '청년', '자립', '지속가능성' 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앙상한 아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눈물샘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후원을 받아내는 방식을 택하고 싶지 않았어요. 유럽에서는 이미 인권침해,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 심화, 백인 우월주의라는 비판 때문에 '빈곤 포르노' 패러다임이 비판받고 있고요. 사실 국내 모든 개발 협력단체들의 딜레마이긴 해요. 실제로 어느 단체에서 후원 모금 광고를 하면서 '빈곤 포르노'를 지양했더니 모금액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프리카에 기여하는 것보다 피해를 더 많이 끼치는 기부가 될 거 같았어요"
허 대표가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한 케냐 '예스' 프로그램은 이러한 그의 고민의 흔적이 잘 묻어난다. 예스 프로그램은 케냐 내 청년 사업가를 발굴하는 사업으로 사업가 후보군을 선발해 일정 기간 교육한 뒤 이 가운데 최종 지원 대상자를 선발하고 사업 초기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예스 프로그램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만을 지원합니다. '너희들의 문제는 너희들이 해결해야 한다'가 원칙이에요. 올해 예스 프로그램은 후보 선발 등의 과정도 케냐 현지 청년 스태프들이 주도합니다"
아프리카와의 협력 사업만큼 그가 크게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국내 아프리카 인식 개선 사업이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인사이트는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부터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프리카 문화축제인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은 지난해의 경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일간 진행됐는데 총 7만2천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프리카를 제대로 보는 눈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없어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하철에서 흑인을 본 한 아이가 '엄마, 왜 저 사람은 피부가 까매'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엄마는 '저 사람은 아프리카 사람이라 그래'라고 말하죠. 사실 이런 피부색을 가진 사람은 미국인일 수도 있고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 출신의 외국인으로 한정되어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 흑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사실 아프리카에 대한 무수한 부정적 이미지는 무지에서 비롯된 무관심, 반복된 주입학습으로 인해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나온 편견입니다" /연합뉴스
청년 자원봉사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외교부 청년 인턴을 거쳐 비정부기구(NGO) 리더로 성장한 '아프리카 인사이트' 허성용(36) 대표가 꿈꾸는 아프리카와의 '관계 맺기'는 조금 특별하다.
그는 22일 성동구에 있는 아프리카 인사이트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빈곤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 긴급 구호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아프리카와의 교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자립을 고민하지 않는 단편적이고 물질적인 지원은 아프리카의 진정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허 대표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호기심이 발동해 국내 한 NGO의 해외봉사단 프로그램을 통해 탄자니아에서 1년간 생활했다.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으며 '이런 방식이 정말로 아프리카 대륙에 도움이 될까' 생각했다고 한다.
"일정 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니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더라고요. 국내 후원자들이 모아서 보내준 수천 달러의 소중한 후원금을 도난당하기도 하고 건축자재도 없어지고요. 현지인을 범죄자처럼 보고 이들에게 사업을 빨리 마쳐야 한다며 화를 내는 한국인 스태프의 모습을 보며 '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 기간이 끝났지만 허 대표는 바로 귀국하지 않고 6개월간 케냐 등 탄자니아 주변국 3∼4곳을 여행하며 아프리카 대륙을 탐색했다. '이들을 더 잘 도와줄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여행 기간 내내 다양한 국제기구에 연락해 인턴십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어요. 단 한 곳, 유엔 해비타트(UN Havitat, 유엔 인간정주위원회)에서 연락이 왔죠. 당시 유엔 해비타트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는 급속한 도시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도시 청년의 열악한 주거환경, 범죄 노출에 대한 걱정이 컸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자니아에 '원스톱 유스센터'(One-stop Youth Center)를 건립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인턴을 해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3개월간 탄자니아 마을 공동체 청년회장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허 대표는 외교부(당시 외교통상부) 행정 인턴, 코이카 세네갈 국제협력요원 등의 활동을 마치고 2013년 아프리카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함께 '아프리카 인사이트'를 설립했다.
허 대표는 아프리카 인사이트라는 단체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을 바탕으로 하는 '빈곤 포르노'에서 탈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가 '청년', '자립', '지속가능성' 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앙상한 아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눈물샘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후원을 받아내는 방식을 택하고 싶지 않았어요. 유럽에서는 이미 인권침해,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 심화, 백인 우월주의라는 비판 때문에 '빈곤 포르노' 패러다임이 비판받고 있고요. 사실 국내 모든 개발 협력단체들의 딜레마이긴 해요. 실제로 어느 단체에서 후원 모금 광고를 하면서 '빈곤 포르노'를 지양했더니 모금액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프리카에 기여하는 것보다 피해를 더 많이 끼치는 기부가 될 거 같았어요"
허 대표가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한 케냐 '예스' 프로그램은 이러한 그의 고민의 흔적이 잘 묻어난다. 예스 프로그램은 케냐 내 청년 사업가를 발굴하는 사업으로 사업가 후보군을 선발해 일정 기간 교육한 뒤 이 가운데 최종 지원 대상자를 선발하고 사업 초기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예스 프로그램은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만을 지원합니다. '너희들의 문제는 너희들이 해결해야 한다'가 원칙이에요. 올해 예스 프로그램은 후보 선발 등의 과정도 케냐 현지 청년 스태프들이 주도합니다"
아프리카와의 협력 사업만큼 그가 크게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국내 아프리카 인식 개선 사업이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인사이트는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부터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프리카 문화축제인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은 지난해의 경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3일간 진행됐는데 총 7만2천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프리카를 제대로 보는 눈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 없어질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하철에서 흑인을 본 한 아이가 '엄마, 왜 저 사람은 피부가 까매'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엄마는 '저 사람은 아프리카 사람이라 그래'라고 말하죠. 사실 이런 피부색을 가진 사람은 미국인일 수도 있고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 출신의 외국인으로 한정되어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다 흑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사실 아프리카에 대한 무수한 부정적 이미지는 무지에서 비롯된 무관심, 반복된 주입학습으로 인해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나온 편견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