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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간 일본을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26일 오전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취재진들을 향해 함께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이달 들어 두 차례에 이뤄진 북한의 발사에 대해 언짢지 않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규정 및 '유엔제재 위반'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해 분명히 선을 그으며 김 위원장을 향해 다시 한번 유화적 제스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3박 4일간 일본을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이날 오전 7시 30분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며 "이것이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을 거스르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나의 사람들 일부'는 볼턴 보좌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 트윗은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한 다음 날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김 위원장이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다"고 신뢰를 거듭 표했다.

그는 또한 최근 북한이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인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맹비난한 것과 관련, "그(김 위원장)가 조 바이든을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웃었다"고 반기며 "아마도 그것은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이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 자칫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을 향한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둠으로써 북미 긴장국면 타개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서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이 쏜 발사체를 '작은 무기들'로 표현, 그 의미를 평가절한 것은 볼턴 보좌관의 전날 언급과 대조되는 것이다.

앞서 미일 정상회담 등의 준비를 위해 먼저 입국한 볼턴 보좌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유엔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규정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하고 이번 발사가 '유엔제재 위반'이라고 명시한 것은 볼턴 보좌관이 처음이다.

AP통신은 "이날 트윗 메시지는 볼턴 보좌관의 언급과 배치되는 거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노 딜' 이후 두 번째 발사가 있었던 지난 9일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지만, 하루 만인 지난 10일 "신뢰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거리 미사일들이었고 심지어 일부는 미사일이 아니었다"며 파장 축소에 나선 바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적'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맹공'을 자신을 향해 보내는 김 위원장의 '신호'로 해석하는 한편 여전한 신뢰를 표명,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톱다운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맹비난했다. 통신은 '미국 내에서 그의 (대선) 출마를 두고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라는 조소가 나온다'는 등 인신공격성 표현을 상당수 쓰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첫 공식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와 폭군으로 지칭했다. /서울·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