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하자 게임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게임업계는 당장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결사항쟁에 나선 모양새다. 한국게임학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전국의 89개 단체가 가슴에 근조(謹弔) 리본을 달았다.
하지만 게임의 중독성을 의심하고 사회적 후유증을 경계하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연천군의 한 부대에서 내무실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김 일병 사건'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게임에 빠진 친부와 계모가 5세 아이를 학대 살해한 '원영이 사건'도 충격을 던졌다. 해마다 게임중독 탓으로 의심되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태는 심각한데 대책은 없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원·의정부·안산·안양·성남·화성 등 경기도내 6개 지자체는 지난 2014년부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알코올·도박중독 상담만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게임업계 또한 게임중독을 비판하는 사회적 반발을 외면한 점이다. 국내 게임업계 1위 넥슨은 올해 1분기에 순이익 5천4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했지만, 게임중독 해결 및 예방을 위한 사회적 공헌 활동은 없었다. 올해 1분기 747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담배 제조업체 한국필립모리스가 '담배 연기 없는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국주류산업협회도 회원 주류업체로부터 기금을 걷어 건전음주문화 정착사업을 벌이고 있다. 흡연과 음주는 불법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수반된 부정적 후유증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려는 노력이다.
게임업계는 게임은 새로운 문화이자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여는 창이라고 주장한다. 집중력과 창의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 건전한 소통 수단 등 게임의 순기능도 많다. 그러나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의심하는 사회적 비판 또한 오랜 시간 누적된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게임업계가 게임이 순기능을 강조하기 보다는 게임 후유증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주목할 때이다. 게임중독을 국내에서도 질병으로 분류할지를 놓고 상당 기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중독성과 후유증을 걱정하는 여론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게임업계는 바로 이 여론을 주목해야 한다. 업계가 사회적 비판에 대응하는 사회공헌의 수준과 진정성에 따라 게임산업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
[사설]게임업계, '게임중독' 사회적책임 고민할 때
입력 2019-05-30 20:54
수정 2019-05-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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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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