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의 사정이 숫자로 인해 묵살되는 경우는 사실 흔하다. 의왕시 내손동 주민들은 내손 2동에 중학교를 신설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10년째 요구하고 있다. 내손2동에 사는 아이들은 청계동에 있는 중학교까지 가려면 12개의 건널목을 건너야 하고, 내손1동 아이들 일부는 등하굣길에 모텔촌을 지나야 한다는 사정이 있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은 빈 교실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불가 입장을 유지해왔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3년 동안 마음을 졸이거나, 안심하고 학교를 보낼 수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갔다. 가까이 지내던 이웃이 학부모가 되면 사라지곤 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이 무기로 꺼내 든 것은 다름 아닌 숫자다. 내손동에 있는 3개 초등학교 학생수와 학급수를 파악했다. 1학급당 30명 정원을 기준으로 2개 학교에 모든 초등학생이 수용 가능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1개 초등학교를 중학교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김상돈 의왕시장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어벤져스가 사라진 절반의 생명을 되찾을 가능성은 14000601분의 1이었다. 승리의 확률로서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다. 아마 그 숫자는 절실함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