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하루가 멀게 터지고 있는 망언 퍼레이드는 정치불신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어제는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이 황교안 대표의 브리핑을 듣기 위해 바닥에 앉아있는 기자들에게 "걸레질을 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지난 달 7일에도 사무처 직원들에게 욕설을 해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한국당의 막말 퍼레이드는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31일에는 정용기 정책의장이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같은 당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1일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대해 "골든타임은 기껏 3분"이라고 해 도마에 올랐다.
5·18 민주화 운동을 비하한 망언과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는 발언 등 상식과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들이 쉴 새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의 "도둑놈"발언도 있었으나, 한국당의 왜곡된 발언의 빈도나 금도를 벗어난 정도가 민주당을 압도한다.
원인으로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내년 총선에서 공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의원 개개인의 왜곡된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막말 당사자 스스로가 권력을 탐닉하는 선거 머신으로 전락했다고 고백하는 것에 다름 없다.
두 번째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회, 역사를 보는 가치관이 전도된 경우를 들 수 있다. 보편적 역사의식과 합리적 사고에 입각한다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보완적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정책수립에서 중요한 철학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반공주의와 냉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퇴행적 사고가 전제된다면 지금과 같은 막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언어를 통해서 타인을 설득하고, 주장을 펼치는 말의 예술이며 가능성의 영역이다. 그러나 혐오와 증오의 단어들이 정치적 수사로 위장해서 상대의 상처를 후벼 파고, 대립과 적대를 부추긴다면 정치가 설 공간을 잃는다. '막말'과 '망언'들은 정치실종과 국회 직무유기의 종범이 아니라 주범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저급한 언어들이 정치권에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에 그쳐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는 막말 주인공들을 심판할 자세가 되어 있다.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사설]도 넘은 정치권의 막말 퍼레이드
입력 2019-06-03 20:59
수정 2019-06-0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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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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