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28일자 경인일보 제3면에 '파라다이스호텔 영업중단 철회'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한 달 전에 보도한 호텔 영업중단 기사의 후속이다. "지역 주민들은 파라다이스 측에 50년간 주민과 함께 한 호텔이 문을 닫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중략) 호텔 측은 이러한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해 영업중단 예정일을 며칠 앞두고 계획을 철회했다…(중략) 비대위 관계자는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호텔의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호텔은 지난 2000년에 이름을 바꾼 '올림포스호텔'의 새 이름이다. 파라다이스그룹 창업자 전락원 회장이 그 해 호텔을 인수한 후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당시 호텔이 위치한 인천시 중구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이 유서 깊은 호텔이 영업을 계속하길 원했다.
엊그제, 다시 3년5개월 만에 전과 똑같이 경인일보 제3면에 호텔 소식이 실렸다.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올림포스호텔, 54년 만에 끝내 불 꺼졌다' 이번 기사의 제목이다. 올림포스호텔은 결국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계속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에 들어선 새 호텔들과 경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54년 전인 1965년 개항기 영국영사관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올림포스호텔은 오랫동안 인천을 대표하는 호텔로 이름을 날렸다.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로서 1967년에는 국내 최초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유치했다. 건립 당시 설치된 '인천 제1호' 엘리베이터도 문 닫는 날까지 운행을 계속했다.
호텔 측은 일단 안전진단을 거쳐 건물의 활용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호텔 영업 재개까지 포함해 전시회, 미술관, 컨벤션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잖아도 인천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해온, 반드시 보존해야 하거나 보존할만한 건축물들이 당국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하루가 다르게 멸실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중구 송월동의 근대건축물인 '애경사' 비누공장 건물이 주차장 조성을 이유로 철거됐고, 올 3월엔 부평의 일제강점기 도시 변천사를 간직한 근대건축물인 일명 '아베식당'이 포클레인에 허물어져 내렸다. 산곡동의 '미쓰비시 줄사택'의 보존 여부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이런 형편에 영업을 계속해라 마라 할 상황은 아닌 듯하고, 그저 허물어져 사라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사설]안타까운 인천 '올림포스호텔'의 영업중단
입력 2019-06-04 20:57
수정 2019-06-0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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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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