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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 현충일을 사흘 앞둔 지난 3일 오전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한 시민이 참배에 앞서 묘역을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금보기자 artoamte@kyeongin.com


현충일 전후 도내 1522개교 휴업
대기업들 '연차 사용' 권장하기도
놀이공원등 홍보·모객행위 나서
지나친 축제분위기 경계 '목소리'


"현충일 연휴인데, 가족 여행지 추천해주세요."

올해 6월 6일 현충일은 짧게는 4일, 길게는 5일까지 '황금연휴'가 이어지며 현충일보다는 연휴에 방점이 찍히는 씁쓸한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경기도 내 유치원, 어린이집을 비롯해 초·중·고등학교들 상당수가 현충일 전후로 학교장 재량 휴업일을 지정하면서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충일 연휴 가족여행지' '현충일 나들이 장소' 등을 추천해달라는 글과 함께 아이 맡길 곳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글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도내 학교 중 5일과 7일에 재량휴업을 하는 곳은 1천522개교. 전체 학교 수의 약 63%가 현충일 연휴에 편승한 셈이다. 이 중 5일부터 재량휴업에 돌입한 학교는 총 131개교로 최대 5일 동안 학교가 문을 닫는다.

원칙적으로 재량휴업을 하게 되면 수요조사를 통해 돌봄교실도 운영토록 돼 있는데, 연휴가 길어지면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기는 일이 불편하다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수원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학교에서 7일이 재량 휴업일이라며 돌봄 수요조사를 하길래 신청했는데, 그 날 신청자가 우리 아이 뿐이라며 전화가 왔다"며 "억지로 휴가를 내기로 하고 돌봄을 취소했는데 5월 연휴에 이어 현충일마저 이렇게 다 쉬면 맞벌이 부부는 어찌해야 하나"고 토로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여행업계는 물론 멀티플렉스, 쇼핑센터, 놀이공원 등에서는 아예 현충일을 '황금연휴'로 홍보하며 모객행위에 나서고 있다.

또 일부 대기업에선 7일, 금요일을 샌드위치 연휴로 부르며 회사 차원에서 연차 사용을 권장하기도 한다. S사에 다니는 직장인 K(33)씨는 "각 부서장들이 부서원들에게 휴가를 쓰라고 부추긴다. 그래서 부담없이 연차를 쓰고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호국선열을 기리는 의미로 조기를 게양하는 현충일에 지나치게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경계했다. 10살 초등학생 자녀를 둔 L(36)씨는 매년 현충일에 아이와 함께 국립현충원을 찾는다.

L씨는 "친인척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단순히 현충일을 '노는 날'로 인식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가게 됐다"며 "막상 가보면 공원도 있고 유모차도 대여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오기 참 좋다"고 권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