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여야의 국회 정상화 논의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여권이 상정한 정상화 협상의 데드라인인 6월 첫 주말을 눈앞에 둔 시점까지 여야가 접점 마련에 실패함에 따라 6월 국회 역시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6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 직후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견만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이어 시내에서 별도 회동을 가졌지만 절충에는 실패했다.
한 관계자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현충원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진전을 보지는 못한 것 같다"며 "오신환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한국당을 오가며 중재를 하고 있지만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대한 합의처리를 요구하는 한국당과 '합의처리 원칙'을 제안한 민주당안 사이에서 바른미래당이 '합의처리를 우선으로 한다'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문구를 가지고 추가적 협의를 하고 있고, 오신환 대표가 여러 문구를 더 준비하는 것 같다"면서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를 받아들이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초 9일부터 북유럽을 순방하는 문재인 대통령 출국 이전 여야 대표와 청와대 회동이 성사되면 꽉 막힌 정국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회동 형식을 둘러싼 대립만 깊어지며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형국이다.
여야는 이날도 6월 국회 및 청와대 회동을 놓고 날 선 공중전만 이어갔다.
민주당은 황 대표의 취임 100일을 정면으로 겨냥,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한편 내부적으로 단독 국회 소집을 위한 정지작업에 착수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취임 100일을 언급 "지금이라도 황 대표는 조건없는 국회 복귀를 천명해 100일 중 의리 있는 하루라도 만들기를 충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황 대표 취임 후 한국당에 보수는 사라지고 '수구 기득권'만 남았다"면서 "황 대표 취임 100일은 개인에게는 축하할 일일지 모르지만 한국당에는 재앙이요 국민에게는 불행"이라고 비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주까지는 일단 협상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한국당이 들어올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주를 넘기면 단독 국회 소집으로 일단 개문발차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기류를 전했다.
한국당은 청와대와 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교섭단체 3당 및 1대1 회동을 받아들여 전향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문 대통령은 형식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화를 위한 제의에 응해야 한다"면서 "정국 정상화에 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조선의용대를 이끈 항일 무장 독립투쟁가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대목을 문제삼아 비판을 퍼부었다.
전희경 대변인은 문 대통령 추념사에 대해 "위를 의심케 하는 대통령의 추념사"라며 "북한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상화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여야 대표 청와대 회동의 대안으로 5당 대표와 1대1 연쇄 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기왕이면 청와대는 통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청와대가 대승적 차원에서 5당 대표와 일대일 연쇄 회담을 갖는다면 그만큼 정국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