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제1부부장, 조화 전달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오른쪽)이 12일 오후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에게 김 위원장이 보내는 조화를 전달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여동생 김여정 1부부장 통해 전달
"민족 화합·협력 애쓰신 뜻 받들길"
하노이회담 결렬로 파견 부담 분석
이후 처음 남북 고위급 접촉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고(故) 이희호 여사 별세와 관련해 조문단 파견 대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조화와 조의문을 보내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부를 대표해 판문점 통일각으로 나가 김 부부장을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이다.

정 실장은 "김 부부장이 고(故) 이희호 여사님의 그간의 민족 간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뜻을 받들어서 남북 간의 협력을 계속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북측은 오늘(1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밝혔다.

북측은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12일 17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고 알려왔다.

그러면서 "우리측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앞서 정부는 이 여사 장례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 측에 부음을 전달했다.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올 경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측의 조문단 파견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정부도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의 여파로 남북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북측이 조문단을 보내는 데 다소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조문단 파견은 무산됐지만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 1주년인 이날 조의 전달을 계기로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진 점에서 현재의 남북미 교착국면을 타개하는데 또 한번의 기회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바로 다음 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고 특사 조의방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사흘 뒤인 8월 21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특사 조의방문단이 특별기로 서울에 도착해 조의를 표했다.

또한 이 여사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방북해 조문하면서 상주인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이성철기자 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