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 도자기 中에 오래전 밀려
지역 업체 5곳 중 1곳만 직원 근무
"산업은 죽고 공방만 남을 것" 우려

여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자기 생산공장 '모디'가 올해 최종 폐업했다.

지난 2002년 설립돼 호황기에 300명의 직원이 근무하던 모디는 지난해 최종적으로 88명 직원을 남기고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재고 판매를 진행한 모디 생산공장은 현재 모두 철거돼 빈 공장 터만 남은 상태다.

인근 도예인들은 모디의 폐업을 도자기 산업의 위기 징후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여주·이천·광주에서 지역 특화 산업인 도자기 축제가 열렸지만, 홍보 효과나 파급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 도자 산업 종사자들의 증언이다.

"산업은 죽고 공방만 살아남겠죠" 여주에서 1992년부터 생활자기를 생산해 온 A씨는 도자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A씨의 업체는 한 해 25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상당한 규모의 사업장인데도 불구하고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30명이던 직원수를 4명 줄인 A씨는 주야간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가마를 운영하기에 매년 오르는 인건비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A씨의 업장에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이 6명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도자기는 자동화에 한계가 있는 업종이다. 자동화를 한다고 가정해도 효율이 20% 정도만 높아질 뿐이어서 자동화에 비용을 투입할 수가 없다"며 "대량 생산되는 도자기는 이미 중국산에 밀린지 오래고, 대만이나 러시아 같은 외국 수출로 버텨왔지만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예업 현장에서는 도자 산업의 위기가 '물가 상승', '시장 변화'와 '정책 부재'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초래됐다고 본다.

여주도자기조합 김수산 이사장은 "2000년대 초반 80만~100만원 하던 도자 기술자 인건비가 3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통에 1만1천원하던 LPG 한 통 값은 8만원으로 올랐지만 도자기 가격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라고 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10㎏ 짜리 100개에 8만~15만원하던 도자용 흙은 25만~50만원으로 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김 이사장은 "여주에 있는 도자업체 중 5분의 1정도만 직원을 두고 일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혼자서 일하거나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웬만한 정책 지원으로는 돌파구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산업 전체가 큰 어려움에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일본 음식을 담는 도자 그릇은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반면, 한국산 도자기는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서 "도자 종사자들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동민·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