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템 구매창은 잘 보이게… '뽑기 확률' 홈피내 찾기 어렵게
월급털어 '현질' 예사 "도박과 다를바 없어… 사회적 책임 외면"
넥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피파 온라인4'를 즐겨하는 회사원 김모(33)씨는 최근 게임 내에서 연패를 거듭하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 등을 구매하는 행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10만원 상당의 캐시를 구매한 후 무작위로 선수를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했지만 원하는 선수는 나오지 않았고, '한 번만 더해보자'는 마음으로 잇달아 캐시를 충전했다.
결국 김씨는 월급의 절반 수준인 100만원을 써버렸지만 원하는 선수는 얻지 못했다. 김씨는 게임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원하는 선수가 나올 확률이 0.46%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감에 바로 게임을 지웠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게임산업협회에 가입한 게임업체들은 지난 2015년부터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규제는 확률형 아이템에 어떤 아이템이 들어있는지, 각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얼마인지를 게임 이용자에게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은 아이템 구매 창을 보기 쉬운 게임 내 상단 등에 배치해 놓은 반면 확률 정보는 게임이 아닌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어 해당 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피파 온라인4'는 게임 내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지만 확률 정보는 게임 내 아이템 판매창이 아닌 홈페이지에 있는 아이템 숍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도 게임 확률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선 '소식'을 거쳐 개별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이 밖에도 다수의 게임업체의 아이템 판매는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확률 정보를 숨기다시피 홈페이지 공지사항 및 별도의 정보란에 올리고 있어 이용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게임중독 상담기관 관계자는 "가뜩이나 게임 내 아이템 판매는 도박과 다를 바가 없는데 확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게임업체가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게임의 사행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게임 내에 아이템 확률 정보를 반드시 기재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