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서 "이 사건의 실체는 특활비의 비밀성을 매개로 국정원과 대통령이 상호 은밀하게 유착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12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벌금 80억원과 추징금 35억원도 요청했다.

검찰은 "'상납'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돈이나 물건을 바치는 것으로, 그 궁극적 목적은 직무 관련자에게서 편의를 받기 위한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또 박 전 대통령이 범행을 부인하며 법정에 나오지 않고, 비서관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국민이 기대하는 건 대통령의 명예와 지위에 맞게 과오가 있으면 바로 잡고 진실을 밝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총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 중 국고손실만 유죄로 인정하고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한 금액은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이다. 이에 따라 징역 6년의 실형과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1심에 불복하면서 항소심이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1심에 이어 항소심 때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선임된 국선 변호인은 이날 1심이 유죄로 본 공소사실도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국정원에서 지원 가능한 금액이 있으면 검토한 뒤 지원해달라는 말을 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특활비 교부를 요청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지원한 건 '국정 수행 활동' 영역으로 볼 수 있다며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전 정부부터 관행적으로 국정원 자금 지원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위법성을 인식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설령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더라도 "대통령에 취임해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특활비를 사적으로 쓰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5일 오후 항소심 결론을 내린다.

박 전 대통령은 특활비 사건 외에 탄핵의 주된 사유가 됐던 국정농단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 등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과거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는 항소심 단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상고 포기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