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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기습적인 할인 정책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 청담스토어.

"고객들이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할인 부분은 저희도 전혀 몰랐고, 글로벌 정책에 따라 진행된 것입니다."

가격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정찰제를 시행해 소비자들에 큰 인기를 끌었던 테슬라가, 수천만원 상당의 할인을 제멋대로 적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딜러사를 통한 차량 판매가 아닌 모든 스토어를 직접 운영하여 모든 고객은 동등한 혜택으로 차량을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던 테슬라 코리아는, 알고 보니 고객마다 서로 다른 혜택을 가지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

또한 평생 무료충전 서비스를 작년 9월 중단한 테슬라 코리아는, "앞으로 절대 해당 서비스는 없을 예정"이라고 못 박으며 홍보해, 당시 많은 구매자를 끌어들였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해당 서비스를 재고 차량에 한해 다시 제공함으로써 이 기간 구매한 소비자와는 가격과 서비스 적으로 많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테슬라 측은 "회사 정책에 따라 판매한 것"이란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소비자를 속인 사기행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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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적인 가격할인 정책으로 피해를 본 국내 소비자들이 테슬라 청담스토어 앞에서 차량에 항의글을 붙인 모습.

20일 테슬라코리아와 소비자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3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S 및 모델X의 가격을 최대 5천830만원까지 할인 판매했다.

기존에 1억2천860만원에 판매되던 모델S 100D는 1억860만원으로 2천만원 인하했고, 또 1억8천120만원이었던 모델S P100D는 5천570만원 인하된 1억2천550만원으로 판매했다.

모델X의 경우는 100D가 기존 1억3천490만원에서 1억1천540만원으로, P100D가 1억8천940만원에서 1억3천110만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그러나 이 같은 할인정책 전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테슬라가 돈벌이에 급급해 고객을 속인 채 차량을 판매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이달 초 고객 10여 명은 이런 문제에 대해 테슬라 본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테슬라 청담스토어를 찾았고,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결국 고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일주일 뒤 전혀 관계없는 영문으로 된 2페이지 분량의 공문을 보내 고객들의 분노를 가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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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테슬라 청담스토어에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답변을 받은 소비자 대표측은 "이제 테슬라 코리아는 우리를 조롱거리로밖에 안보는 듯하다"며, 강력한 대응으로 맞설 것이라고 분노했다.

고객 A씨는 "가격 정찰제이기 때문에 할인판매는 절대 없다고 해, 비싼 차량이지만 믿고 차량을 구매했는데 3월 계약 후 인벤토리 출고자는 신모델 출시, 기모델 할인, 슈퍼차저 (평생 무료 충전) 미제공 등으로 수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겉으로는 정찰제 본사 판매 등 다른 수입차와 차별화된 전략을 앞세워 영업하면서 고객마다 구매 조건도 다르고, 차량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며 "이건 엄연히 소비자를 상대로 한 사기행각"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객 B씨는 "테슬라 코리아측에서 글로벌 정책이기 때문에 가격 할인 등은 절대 사전에 알 수 없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나 되느냐"며 "오히려 글로벌 정책이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타 차량 딜러사들 보다 더 많은 변경을 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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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본사에서 보내온 2페이지 분량의 답변 공문.

또한 "3월까지 차량을 인도하신 수백명의 고객들은 테슬라 본사가 할인이 없다고 해 차량을 계약하고 인도받은 만큼 이후 적용된 슈퍼차저 무료 이용권 등 동일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하며 무수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실제 테슬라는 2월 구매자들에게 3월 할인이 적용될 사실을 미리 고지하고, 구매 지연을 시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테슬라 측이 인벤토리 차량, 즉 재고 차량을 신형 출시를 감추고 판매하는 전략을 보이는 등, 새로 구매한 고객의 차량이 향후 6개월 후 구형 모델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 기존 고객을 우롱하는 행위를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커스텀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빨리 출고를 받으실 수 있다"며, 기존에 없다고 했던 인벤토리 차량을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하는 전략으로 보였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그 후 남은 재고 차량은 단 한 달 만에 1천만원 가량의 할인 혜택과 차량 서비스 그리고 테슬라 전용 평생 무료 충전 서비스(슈퍼차져)를 공급했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파손된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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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청담스토어 전경.

C씨는 차량 인도 당일 신차 2면의 유리 파손으로 수리한 내역을 보여주며, 서명을 요구했고, 차량 인도 거부 및 계약금 반환에 테슬라 측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차량이 당장 필요했던 C씨는 추가금액을 지불하고 더욱 고가의 옵션이 있는 인벤토리 차량을 구매해야만 했다.

게다가 차량을 3월에 구매한 D씨의 경우 차량 제조월이 2월이라고 듣고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1월로 확인되기도 했다.

테슬라 본사 관계자는 "테슬라는 가격 정찰제이지만, 사전에 할인이 적용되는 부분과 시기는 전혀 알 수가 없다"며 "고객들의 불만을 갖고 계신 부분은 이해하지만, 테슬라 코리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 테슬라와 테슬라 코리아 관계자들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박주우·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