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심사 후유증이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먼저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이 현 정부와 진보진영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공약과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설계됐다는 문제 제기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리고 상산고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평가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 지역정치권이 입을 모아 교육부의 부동의를 통한 구제방침을 흘리고 나서자,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특혜 시비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통보한 안산 동산고와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평가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감사 지적사례에 대한 감점 기준이 타 시·도교육청보다 높은데다, 별도의 감점 비율 상향조건을 포함시키는 평가설계로, 처음부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철회를 목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평가점수 공개를 거부해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전북 상산고 역시 전북교육청에 대해 똑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상산고는 정치권에 의해 구제가 유력해 보인다. 정세균 전국회의장을 비롯한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등 지역 민심이 예사롭지 않게 돌아간 덕분이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했던 청와대와 여권이 구제이유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로 출발한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의 의무사항이 아니다'라거나, '학생 모집이 전국단위인 자율형사립고는 유지할 생각'이라는 둥, 상산고를 살릴 구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전북지역 민심을 고려한 특혜라는 시비를 사기에 안성맞춤인 언행이다.

올해 재지정 심사를 받는 전국 24개 자사고 중 21개교가 아직 평가전이다. 그런데 벌써 교육청별로 심사기준이 다르고, 표적 평가를 한다는 의혹이 나오니 21개교 평가결과가 다 나오면 전국이 뒤집어질 판이다. 여기에 교육부가 정치적 배경이 있는 전북 상산고는 구제하고, 힘 없는 안산 동산고는 버린다면 그 파장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안산 출신 여야 국회의원 4명과 시장, 시의회 의장은 굶어죽을 각오로 교육부 앞에서 농성을 벌여야 한다.

시·도교육청을 통해 손에 피 안 묻히고 자사고 폐지를 관철하려던 정권이 예상치 못한 전북의 민심에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 정부에 교육철학이나 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